수십 년간 회사에 몸담으며 뼈를 묻은 대가로 받은 손때 묻은 퇴직금은 은퇴자들에게 단순한 돈이 아니라 남은 인생 30년을 지탱할 소중한 생명줄이다. 그러나 수많은 은퇴자들이 이 소중한 퇴직금을 손에 쥐기가 무섭게 자영업 창업이라는 차가운 바다로 뛰어든다.
"남 밑에서 일하느니 내 가게 하나 차려서 편하게 사장님 소리 들으며 돈 벌자"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카페나 치킨집, 편의점의 문을 연다. 평생 모은 목돈에 주택 담보 대출까지 얹어 수억 원을 쏟아붓는 위험천만한 도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처럼 아름답지 않으며 냉혹하기 그지없다. 통계적으로도 신규 자영업자의 80% 이상이 3년 이내에 문을 닫고, 5년이 지나면 90% 가깝게 폐업의 수순을 밟는다.

대박의 꿈을 안고 시작했던 가게는 불과 1, 2년 만에 매달 수백만 원의 임대료와 인건비를 갉아먹는 돈 먹는 하마로 변해버린다. 권리금은커녕 원상복구 비용까지 제 손으로 쥐여주며 쫓기듯 폐업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텅 빈 통장과 평생 갚아야 할 막대한 빚더미뿐이다. 평생의 피땀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노후 파산의 비극이다.
"사장님 소리 듣고 싶어서" 체면과 준비 부족이 부르는 예정된 인재
왜 수많은 은퇴자들이 자영업 시장에만 들어서면 이토록 무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일까. 가장 치명적인 원인은 바로 수십 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얻은 과거의 체면을 버리지 못하고, 현장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부장이나 임원으로 사람들을 거느리며 결재서류에 도장이나 찍던 경험은 자영업 현장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수 청소를 하고,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밑바닥에서부터 발로 뛰어야 하는 현장 실무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작은 위기에도 쉽게 휘청거리고 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들어가려는 업종의 시장 조사나 상권 분석, 재고 관리 같은 기본적인 자영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남들도 다 하니까 중간은 가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접근한다.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겉보기에 화려하고 손쉬워 보이는 업종만 좇다가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준비 없는 창업은 시장이라는 거대한 밀림 속에 무기 없이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회에서 쌓은 허울뿐인 지위와 체면에 사로잡혀 현장을 경시하는 순간, 당신의 퇴직금은 자영업이라는 정글의 산나물로 전락하고 만다.
프랜차이즈의 달콤한 덫?!! 가맹점주의 피눈물 위에 세워진 상권
초보 창업자들이 가장 쉽게 빠지는 달콤한 덫은 바로 "인테리어부터 재료 공급, 마케팅까지 본사에서 알아서 다 해준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광고다. 창업 경험이 없는 은퇴자들에게 프랜차이즈는 마치 안전이 보장된 비단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구조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본사는 결코 가맹점주의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본사는 가맹비와 인테리어비, 과도한 물품 공급 가액을 통해 이미 창업 단계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겨간다.
정작 가게를 연 가맹점주는 높은 원가율과 본사의 쥐어짜기식 가맹 조건, 그리고 끝없이 오르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느라 하루 14시간씩 일하고도 손에 쥐는 돈이 알바생 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현상을 겪는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될 법하면 인근에 같은 브랜드나 유사 브랜드 점포가 우후죽순 들어서며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 펼쳐진다.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의 배만 불려준 채, 피땀 흘려 건사한 가맹점주는 무거운 빚만 짊어지고 쫓겨나는 슬픈 잔혹사가 오늘도 전국 상권에서 반복되고 있다.
돈 지키는 것이 최고 재테크?!! 섣부른 창업 대신 선택할 3단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참혹한 노후 파산의 늪에 빠지지 않고 소중한 내 퇴직금과 자산을 지켜낼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은퇴 후 최고의 재테크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진 자산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하는 것이다. 1단계는 퇴직 후 최소 1년 동안은 어떠한 창업이나 대규모 투자도 하지 않고 완전히 손을 떼는 '창업 동결 기간'을 갖는 것이다. 퇴직 직후 찾아오는 조바심과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2단계는 거창한 내 가게를 차리려 들기보다, 남의 가게나 현장에 직접 취업하여 밑바닥 실무를 온몸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다. 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현장의 생태계를 배우며 자신이 진정 자영업에 맞는지 냉정하게 테스트해 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3단계는 자영업이라는 위험천만한 길 대신, 주택연금이나 안정적인 금융 자산 리밸런싱, 혹은 소소하게 할 수 있는 실무형 재취업을 통해 고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 목돈의 원금을 건드리지 않고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노후는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내 통장을 끝까지 지켜라?!! 진짜 인생 2막은 내 자산을 지키는 것부터
인생 2막의 참된 행복은 거창한 성공이나 사장님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에서 오지 않는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내 손으로 일군 자산을 눈먼 투기나 섣부른 창업으로 날려버리지 않고, 끝까지 사수하여 노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유지하는 데서 진짜 행복이 피어난다. 남들의 성공담이나 프랜차이즈의 달콤한 유혹에 속아 내 평생의 피땀이 담긴 통장을 섣불리 열어주어서는 결코 안 된다.

오늘 당장 내 통장에 쥐어진 퇴직금과 자금 목록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리고 "이 돈은 내 남은 인생을 지켜줄 마지막 방패"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쓸데없는 체면과 대박의 환상을 내려놓고, 내 소중한 자산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냉철한 용기를 내어보자. 튼튼하게 지켜낸 내 자산과 통장 잔고야말로, 당신의 인생 2막을 그 누구보다 평화롭고 안전하게 지켜줄 유일한 구원투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