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사관학교의 금연은 금주·금혼과 함께 이른바 ‘3금(禁) 제도’로 불려 왔다. 생도들의 절제력을 기르고 군 기강을 확립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성인인 생도들의 사생활과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제 금연 규제의 해제를 계기로 사관학교의 전통과 규율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군인은 강한 절제력과 자기관리가 요구되는 직업이다. 특히 장차 군을 지휘할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라면 일반 대학보다 엄격한 생활 규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공동생활 속에서 책임감을 배우고,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태도를 익히는 과정은 장교 양성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율이 엄격하다는 사실 자체가 교육의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한다고 절제력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며, 외부의 통제가 사라졌을 때 스스로 행동을 조절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기관리가 완성된다.
금연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보다 흡연의 위험성을 충분히 교육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지도하는 방식이 성숙한 장교 양성에 더 부합할 수 있다.
물론 금연 해제가 흡연을 권장하거나 무제한으로 허용한다는 뜻이어서는 안 된다. 담배는 건강에 해롭고, 군 조직의 특성상 훈련과 근무 중 흡연은 전투력과 임무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교내 지정 구역과 시간에 대한 관리, 간접흡연 방지, 금연 교육과 상담 등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이번 변화를 단순히 생도들에게 자유를 더 주는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금주·금혼을 포함한 이른바 ‘3금 제도’ 역시 각각의 목적과 필요성,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시대에 맞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오랜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규제를 유지해서도 안 되지만, 시대가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군 조직의 특수성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명분과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따지는 일이다.
장교는 명령에 복종하는 사람인 동시에, 위기의 순간에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지도자다. 사관학교의 교육도 단순히 금지와 통제로 생도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며,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금연 해제의 핵심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규율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있다. 금지로 유지되는 질서는 통제가 약해지면 흔들릴 수 있지만, 스스로 세운 원칙과 책임감에서 비롯된 규율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관학교가 지켜야 할 전통은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니라 강한 절제력과 책임감을 갖춘 장교를 양성한다는 본래의 목적이다. 이제 사관학교의 규율도 통제에서 자율로, 형식에서 실질로 한 단계 발전해야 한다.
전승환
학교법인 동광학원 감사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조정위원
한국정책방송 전문위원
Job & Future News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