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향 대신 커피 향을, 제로카페인 대체커피에 적용된 '표적 향미 분자 설계' 원리

버섯 유래 아미노산·당 전구체로 로스팅 중 향 생성… GC-MS 분석과 관능평가로 다듬어

향미 분자 설계 기술을 적용한 대체커피 '타리(TARI)' 제품 이미지.(사진=보이지벤처스 제공)

 

보리나 치커리를 볶아 만든 음료를 마셔 본 사람이라면 커피를 닮았지만 어딘가 다른 맛을 떠올리게 된다. 곡물에서 오는 특유의 향이 남고 입안에 머무는 무게감도 커피보다 가벼워, 이런 대체커피는 전문 카페 메뉴를 대신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보이지벤처스는 이 간극을 기술로 좁히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물인 제로카페인 대체커피 '타리(TARI)'로 회사는 지난 29일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에서 개최된 '2026 창업오디션'에서 대상과 함께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았다.

 

■ 맛의 차이는 원료 속 성분에서 비롯된다

 

연구의 첫 질문은 왜 대체커피가 커피 맛을 온전히 내지 못하느냐였다. 회사는 그 원인을 볶는 정도나 추출 방식 같은 겉의 조건이 아니라, 원료 내부에 들어 있는 향미 성분 자체의 차이에서 찾았다. 제로카페인 대체커피가 커피 자리를 대신하려면 이 차이부터 메워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카페가 대체커피를 메뉴에 올리기 망설였던 이유도 여기에 닿아 있다. 손님이 커피를 기대하고 주문한 잔에서 곡물차에 가까운 맛이 난다면, 아무리 카페인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도 메뉴로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스팅은 원료 속 성분이 열을 받아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보이지벤처스는 이 과정을 거꾸로 따라가, 볶는 동안 원하는 향이 생겨나도록 처음부터 원료 구성을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같은 온도로 볶더라도 원료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마지막에 남는 풍미가 갈린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 버섯 유래 아미노산과 당 전구체의 조합

 

구체적인 재료는 버섯에서 얻은 아미노산과 당 전구체다. 두 성분이 로스팅 과정에서 반응해 커피 특유의 향미 분자를 만들어 내도록 조합했으며, 회사는 이 기술을 '표적 향미 분자 설계(Molecular Flavor Design)'라고 부른다.

 

여기서 '전구체'는 어떤 물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의 재료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료 안에 향 자체를 넣어 두는 것이 아니라 향이 될 재료를 담아 두고, 로스팅이라는 열 과정을 거치며 그 재료가 커피 향미 분자로 바뀌도록 한 것이 이 기술의 요지다.

 

목표로 삼을 향을 먼저 정하고 그 향을 이루는 분자가 생기도록 원료를 고른다는 점에서, 곡물을 볶아 비슷한 풍미를 얻던 기존 제조와는 접근 순서가 반대다. 제로카페인 대체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지점을 원료 설계 단계로 끌어올린 셈이다.

 

■ 기기 분석과 사람의 감각을 함께 쓴 이유

 

향이 실제로 나아졌는지는 데이터로 확인했다. 회사는 GC-MS 기반 휘발성 성분 분석으로 음료에서 퍼져 나오는 향 성분을 측정하고, 사람이 직접 맛과 향을 평가하는 관능평가 결과를 함께 활용해 향미를 조정했다.

 

기기 분석이 어떤 향 성분이 얼마나 만들어졌는지를 보여 준다면, 관능평가는 그 결과가 마시는 사람에게 커피처럼 느껴지는지를 가늠하는 과정이다. 두 방법을 나란히 쓴 것은 측정값과 실제 체감 사이의 틈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다듬은 기술은 카페 현장의 제품으로 이어졌다. 보이지벤처스는 연구해 온 향미 설계 기술을 실제 카페 환경에 맞게 최적화했다고 설명하며, 이 제로카페인 대체커피를 바리스타가 다루는 기존 메뉴의 원료로 공급해 나갈 계획이다.

 

카페인 없는 원료로 커피의 향을 재현하는 일은 무엇을 넣느냐보다 무엇이 만들어지게 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 이번 기술이 보여 주는 관점이다. 이 접근이 제로카페인 대체커피를 찾는 카페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실제 매장의 반응을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작성 2026.11.02 16:36 수정 2026.11.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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