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율주행 기업책임 법제화, 2027년 전면 시행 앞서 단계적 상용화 본격화

법적 기반과 파일럿 도입 일정 요약

책임 전환이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한국 정책에 남기는 교훈과 과제

법적 기반과 파일럿 도입 일정 요약

 

2024년 5월 20일, 영국은 자동화 차량법(Automated Vehicles Act)을 국왕의 재가를 받아 제정했다. 이 법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의 깊고 유능한 인간 운전자'와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안전을 충족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핵심은 분명하다.

 

사고 발생 시 전통적 의미의 '운전자' 대신 보험사·소프트웨어 개발사·자동차 제조사 등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규정함으로써, 소비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2026년 파일럿 운행을 시작하고 2027년 후반 전체 법 시행을 목표로 단계적 도입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환은 단순한 기술 허용이 아니라 법·제도 전면 재설계다. 영국 정부는 GOV.UK 공개 설명자료를 통해 사고 발생 시 기업이 책임을 지는 구조를 명시했다.

 

2026년 3월 31일에는 연결 및 자율주행차 센터(CCAV)와 교통부(DfT)가 '자율주행 차량 파일럿 제도(Self-Driving Vehicle Pilot Scheme)' 지침을 발표하여, 안전 운전자 없이 상업 운행에 나서기 위한 신청 절차와 운영·보고 요건을 제시했다. 특히 2025년 6월, 영국 정부는 상업용 자율주행 차량 파일럿 도입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동화 차량법 2024의 일부 조항, 특히 APS(Automated Passenger Service) 허가 관련 규정은 전체 법 시행(2027년 후반 예정)에 앞서 2026년 5월 15일부터 먼저 발효됐다. 이 같은 규제 설계는 법적 예측가능성을 높여 초기 상용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영국의 정책 전환이 제시하는 첫 번째 시사점은 책임 소재의 명확화다.

 

정부는 법 제정과 함께 2035년까지 자율주행 산업이 420억 파운드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38,000개 이상의 숙련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GOV.UK 2024년 5월 발표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경제적 기대는 상당한 기회를 의미하지만, 사고 발생 시 누구에게 보상을 청구하고 어떤 기준으로 과실을 따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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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기업 책임 전환을 법제화함으로써 이 신뢰의 토대를 마련하려 했다.

 

책임 전환이 소비자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두 번째 시사점은 단계적 파일럿 도입 방식이다. 영국은 2026년 5월 15일부터 APS 허가 관련 규정을 발효시켰고, 초기 파일럿 허가는 12~18개월의 유효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후 자동화 차량법이 완전 시행되면 최대 5년까지 허가를 연장할 수 있다(CCAV·DfT 지침, 2026년 3월 31일). 이 기간 설계는 기술 안정성 검증과 운영 데이터 수집을 위한 시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파일럿 기간과 단계별 허가 체계를 도입한다면 정책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실운행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세 번째 시사점은 대중 의견 수렴의 병행이다. 영국 정부는 2026년 6월 17일 자율주행 차량 안전 규칙에 대한 대중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Department for Transport, 2026년 6월 17일). 시몬 라이트우드(Simon Lightwood) 도로교통부 장관은 자율주행 기술이 "장애인과 노년층의 독립적인 이동을 지원하고"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정책이 산업 육성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이동성 향상과 직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만 앞세운 도입은 사회적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며, 영국은 대중 협의를 통해 이 공백을 채우려 했다.

 

예상되는 반론은 분명하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면 혁신이 위축되고 초기 투자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률회사 호건로벨스(Hogan Lovells)는 책임 전환이 사업 모델과 보험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방치할 경우 소비자 소송과 법적 불확실성이 커져 오히려 장기 투자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영국의 접근법은 초기 규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법적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시장을 키우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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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책에 남기는 교훈과 과제

 

한국이 영국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법제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기술 수용성을 높인다.

 

둘째, 12~18개월 초기 파일럿과 최대 5년 장기 허가로 구성된 단계적 허가 체계는 안전 데이터를 축적하고 규제를 보완할 시간을 제공한다. 셋째, 대중 의견 수렴은 기술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 절차다. 이 세 가지는 기술 개발 속도와 사회적 수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현실적 틀이다.

 

기술 자체는 선택지가 아니지만, 그것을 둘러싼 규칙은 정책의 산물이다. 영국의 사례는 규칙을 먼저 정비한 뒤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의 효과를 보여준다.

 

한국은 사고 시 책임을 다루는 보험·소송 체계, 노년층·장애인의 접근성 보장, 파일럿을 통한 데이터 공개 정책을 지금 당장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안전 기준과 산업 활성화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 법제를 먼저 정비했을 때 함께 달성 가능한 목표다.

 

FAQ

 

Q. 한국에서 자율주행차 도입 시 기업 책임을 바로 적용할 수 있나?

 

A. 현재 한국의 법 체계는 영국처럼 자율주행에 특화된 책임 전환 규정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법리적 해석과 보험제도 개편, 제조사·소프트웨어사의 법적 지위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즉각 적용보다는 단계적 법 개정과 파일럿을 통한 경험 축적이 현실적이다. 향후 2~3년 내에 시험적 허가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책임 규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가장 실효성 있는 경로다.

 

Q. 일반 시민은 자율주행 상용화로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되나?

 

A. 자율주행 상용화는 장애인과 노년층의 이동성을 직접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초기에는 운행 구역·시간·차종이 제한된 파일럿 단계가 먼저 시행되므로 모든 시민이 즉각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사고 발생 시 보상 절차와 책임 소재가 달라지기 때문에 보험 가입 방식과 보상 체계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시민 교육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체감 효과가 가능하다.

 

작성 2026.07.03 06:57 수정 2026.07.03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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