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표가 모자랐던 날
9월 24일, 미국 상원. 의회의 승인 없이는 이란과의 교전에서 미군을 빼라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결과는 49 대 50이었다.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와 랜드 폴, 리사 머카우스키, 톰 틸리스가 민주당 쪽에 섰지만, 민주당의 존 페터먼이 반대표를 던졌고 한 명은 표결에 나서지 않았다. 전쟁을 멈춰 세우는 데 모자랐던 것은 단 한 표였다.
1월에 의회를 떠나는 틸리스는 행정부가 전쟁 전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입장을 바꾼 터였다. 앞서 5월에는 여덟 번째 시도 만에 결의안을 위원회에서 끌어내는 표결이 50 대 47로 처음 통과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앤디 김 의원은 트럼프가 값어치가 있다고 한 이 전쟁이 미국인에게 갈수록 더 큰 비용을 물린다고 꼬집었다. 그로부터 40일 뒤인 11월 3일, 미국 유권자들은 한 표가 아니라 상·하원 전체를 민주당에 넘겼다. 그렇다면 이제 전쟁은 멈출 수 있을까.
주유소에서 시작된 반전 여론
레바논 아메리칸대의 라미 쿠리는 알자지라 기고에서 이 전쟁이 비용을 미국 가정의 식탁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진단한다. 트럼프는 이란을 무릎 꿇리려 했지만, 호르무즈가 막히자 휘발유와 식료품, 수입품값이 줄줄이 올랐다. 전쟁 전 갤런당 3달러 아래였던 휘발유는 10월 하순 4.27달러를 넘었다. 9월 글로벌문제연구소 조사에서 유권자 81%가 전쟁이 생활비를 끌어올렸다고 답했다.
쿠리는 이스라엘 측이 이란의 핵무기가 임박했다고 트럼프에게 전했지만, 사찰과 정보는 그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란의 반격으로 아라비아반도와 요르단의 미군 기지 일부가 기능을 잃거나 비워졌다고도 적었다. 의회의 전쟁 권한을 무시한 것도 유권자의 분노를 키웠다고 본다. AP 조사에서 청년층은 이란 군사 행동이 잘못이었다고 답한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선거 다음 날 밴스 부통령은 X에 "우리가 진 이유는 전쟁"이라고 적고, 유권자의 요구를 넷으로 정리했다. 전쟁 종식, 생활비와 물가, 미국 우선, 이스라엘과의 관계 변화다. 트럼프도 로이터에 이란이 선거 결과의 한 원인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군사 행동은 정당했다고 고집했다.
선거 당일에는 또 하나의 파장이 일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에 주던 연 4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끊고 무기 판매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2016년 협정이 2028년까지 연 38억 달러를 보장하는 만큼 의회의 동의 없이는 쉽지 않다는 것이 AP의 분석이다. 이스라엘 야권의 아이젠코트는 국방 당국이 이 소식을 언론으로 알게 됐다며 네타냐후를 비판했고, 야이르 골란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쿠리는 그 돈이 다른 통로로 흘러갈 것이라며 진정성을 의심한다.
민주당 손에 쥐어진 세 개의 지렛대
1월 3일 새 의회가 열리면 민주당은 3가지 수단을 쥔다.
▶첫째는 전쟁권한 결의안이다. 9월에 한 표 차로 무산된 결의안은 이제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원은 이미 7월과 9월 두 차례 비슷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9월 하원 결의안은 대통령에게 넘어가지 않는 동시 결의(concurrent resolution) 형식이어서 철군을 강제할 힘을 두고 법적 논란이 있다. 1973년 전쟁권한법은 승인 없는 교전에 60일의 시한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거부권을 쥐고 있고, 그것을 뒤집으려면 양원 모두 3분의 2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이미 모든 것에 거부권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둘째는 예산이다. 슈머 원내대표는 헌법이 의회에 맡긴 지갑의 힘을 거론했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는 새 예산 없이는 전쟁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본다.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전쟁을 끝내는 일이 생활비를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이고, 외교 문제에서는 일부 공화당 의원과 접점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지타운대의 로라 블레싱은 민주당이 장병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두려워해 군 예산 삭감을 망설여 온 역사를 짚는다.
▶셋째는 감독이다. 청문회와 소환장은 작전 자체를 묶지는 못해도 전쟁의 정치적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은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벌였다는 혐의를 담아 헤그세스 국방장관 탄핵안 표결을 밀어붙이고 있다.
의회가 열리기 전 두 달
문제는 시간이다. 새 의회가 출범하기까지 두 달 가까이 남았다. NBC 뉴스는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바로 이 기간을 작전 재개의 기회로 본다고 전했다. 11월 6일 미군은 케슘섬 일대를 제한적으로 타격했고, 이튿날에는 해상 봉쇄를 육상 국경과 카스피해로 넓히는 '아이언 게이트' 태스크포스가 출범했다. 파르시는 트럼프가 굴욕 앞에서 더 무모해진다고 경고했다. 손을 놓고 있으면 민주당이 이 전쟁의 공동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테헤란의 셈법도 단순하지 않다. 협상 대표인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미국인들이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며 반겼다. 그러나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정책이 바뀌리라는 기대는 큰 착각이라고 못 박고, 공격이 되풀이되면 전쟁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쪽에서는 밴스가 카타르와 파키스탄을 통해 협상의 문을 두드리고, 다른 쪽에서는 테헤란이 7가지 요구가 먼저라고 버틴다. 카타르는 미국이 봉쇄를 풀고 동결 자산 일부를 풀면 이란이 이틀째 되는 날 호르무즈를 열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을 받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의회의 브레이크가 걸리기 전에 누군가 먼저 가속 페달을 밟을 수도 있다.
브레이크는 운전대가 아니다
나는 9월의 그 한 표를 오래 생각했다. 한 표가 모자라 전쟁은 이어졌고, 그 사이 주유소의 숫자는 계속 올라갔다. 이제 민주당은 양원의 과반을 쥐었다. 그러나 표가 늘었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의회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도 운전대를 대신 잡을 수는 없다. 거부권의 벽, 두 달의 공백, 그리고 테헤란의 조건이 남아 있다. 결의안과 예산과 청문회는 전쟁의 값을 높일 뿐이다. 평화는 워싱턴과 테헤란이 동시에 체면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민주당이 할 일은 그 순간이 더 빨리 오도록 길을 터 주는 것이다. 그 길이 열리지 않으면, 2년 뒤 유권자는 또 다른 한 표로 의회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