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일보=박주민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거래 위험을 점검하면서 대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부담과 재무정보의 투명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4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0월 주요 증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PRS 거래 현황과 위험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신규 계약 체결을 자제하라는 취지의 우려를 전달했다. 점검에서는 증권사의 PRS 취급 규모와 자금 운용 구조,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 관리 방식 등이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기간 이후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업은 주식을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는 대신 계약에 따른 수수료와 주가 변동 위험을 부담한다.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상승하면 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하락하면 그 차액을 보전해야 하는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을 활용하면서 일반적인 차입과 다른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거래 구조와 회계처리에 따라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부채 규모와 실질적인 위험 부담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투자은행(IB)업계와 한국신용평가 등을 인용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초 국내 대기업의 PRS 계약 잔액은 25조원을 넘어섰다. 그룹별 누적 계약 금액은 SK그룹 7조3000억원, 한화그룹 4조9834억원, LG그룹 4조5000억원, 포스코그룹 2조5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실제 기업들의 지분 활용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10월 28일 LG에너지솔루션 주식 653만5939주를 활용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PRS 거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확보할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미래 투자,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주식 처분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24일 사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PRS는 기업이 보유 자산을 현금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거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당초 확보한 자금과 별개로 추가 정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현금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부분 역시 이러한 위험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지 여부다. PRS 계약에 따른 잠재적 부담이 일반 차입금과 동일한 형태로 표시되지 않을 경우 재무제표의 부채비율만으로 기업의 전체 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계약 조건과 정산 의무, 관련 공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증권사에도 위험관리 문제가 중요하다. PRS 거래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동시에 증권사에 수익 기회를 제공하지만,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과 거래 상대방의 지급능력에 따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거래 규모가 확대될수록 특정 기업이나 주식에 대한 위험 집중 여부도 점검 대상이 된다.
반면 신규 거래가 위축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 선택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차입금 상환이나 신규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기업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자산 매각 등 다른 조달 방식의 비용과 조건을 비교해야 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기업의 자금조달 자율성과 금융시장의 위험관리 필요성이 맞물린 사례다. 향후 관건은 PRS 거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지 여부보다 거래의 위험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에 있다. 금융당국의 추가 조치와 증권사의 신규 계약 취급 방향이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