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는 특별한 다문화 체험활동이 열렸습니다. 바로 볼리비아에서 오신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볼리비아의 기본 정보부터 전통 음식과 의상, 간단한 역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평소 이름조차 생소했던 나라라 그런지 아이들도 무척 흥미로워했습니다. 여기에 간단한 인사말과 감사 표현까지 배웠으니, 잠시나마 볼리비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언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볼리비아에는 여러 원주민 언어가 있지만, 오랜 스페인 식민 지배를 거치며 스페인어가 널리 쓰이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스페인어로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따라 말하는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아이들 앞에서 일본어로 제 소개를 하고, 일본어로 우리나라의 수도와 전통 음식을 설명한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습니다. 물론 지금의 볼리비아와 우리나라의 역사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다른 나라의 지배 속에서 자신들의 말과 문화를 지켜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분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 한마디, 매일 읽고 쓰는 글자 하나에도 누군가의 간절한 노력이 담겨 있었던 셈입니다.
마침 5학년 사회 시간에는 우리 역사를 배웁니다. 아이들이 역사 속 사건과 인물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역사가 오늘의 우리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느껴 보는 일도 필요하겠지요. 이번 볼리비아 체험이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자라났으면 합니다.
매일 쓰는 우리말이라 너무 익숙해서 그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소중한 것은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한 줄 모르는 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아끼자고 한 번 더 이야기해 봐야겠습니다. 물론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게 잘 말하는 것이 먼저겠지요. 우리말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단 아이들이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줘야 할 테니까요.
K People Focus 별무리쌤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안녕하세요. 격주로 진짜 교실의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쓰게 된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 43기 별무리쌤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독자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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