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치료 중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상태를 지켜봐도 되는지 고민하게 된다. 약을 복용한 뒤 체온이 내려가면 병원 방문을 미루기도 한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발열은 감염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으며, 열이 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항암치료 중 발열을 의학적 응급상황으로 안내한다. 감염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발열이 감염의 유일한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CDC는 체온이 38℃ 이상이면 즉시 의료진에게 연락하도록 권고한다. 병원에서 별도로 정한 더 엄격한 연락 기준이 있다면 그 지침을 우선해야 한다.
항암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감염에 대응하는 백혈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호중구가 감소한 상태에서는 평소보다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겉으로 심하게 아파 보이지 않거나 기침과 가래 같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발열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때 해열제 복용 여부는 치료팀과 먼저 상의해야 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이부프로펜 등으로 체온을 낮추면 더 심각한 문제의 신호가 가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해열제는 열을 낮추는 약이지, 감염 여부를 확인하거나 원인을 제거하는 검사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이미 해열제를 복용했다면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왔더라도 발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연락할 때는 가장 높았던 체온과 측정 시각, 마지막 항암치료 날짜, 복용한 약의 이름과 시간, 오한이나 기침 등 동반 증상을 함께 전달하면 상태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료진에게 연락하기 위해 이런 정보를 모두 정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발열의 원인은 진찰과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미국암학회(ACS)는 감염이 의심되면 증상에 따라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소변·가래 등 검체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상태에 따라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치료를 시작하기도 한다. 모든 발열이 감염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집에서 원인을 단정하고 기다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체온 숫자만 살펴서도 안 된다. ACS는 감염과 패혈증의 신호로 발열뿐 아니라 평소보다 낮은 체온, 오한, 호흡곤란, 새로 생긴 혼란, 어지럼, 소변량 감소 등을 제시한다. 특히 숨쉬기 어렵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쓰러지는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체온과 관계없이 119에 연락해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응급실에서는 접수 단계부터 항암치료 중이라는 사실과 발열 여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CDC 역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항암치료 사실을 먼저 전달하도록 안내한다. 야간이나 휴일에 어느 번호로 연락해야 하는지,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어디에서 진료받아야 하는지는 치료 전에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항암 중 발열 대처의 핵심은 해열제가 듣는지 지켜보는 데 있지 않다. 체온을 확인하고 치료팀에 신속히 알린 뒤 필요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집에 체온계와 병원의 야간·휴일 연락처를 준비해두는 작은 행동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진료가 늦어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