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AI로 줄였다는 4만 시간, 우리 회사도 가능할까

매장 문의부터 개발·테스트까지…일상 업무로 들어온 AI

한 달 걸리던 개발이 사흘로…기업 발표 수치의 조건도 살펴야

도입보다 중요한 시간의 재배치…작게 시험하고 품질까지 측정하라

[한눈에 보기]


· KT는 매장 지원·개발·상품 테스트에 AI를 적용해 업무시간을 줄였다고 밝혔다.
· 공개 수치는 기업 발표이며, 산정 기준과 독립 검증 여부는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 개인과 중소기업은 반복 업무부터 시험하고, 검토 시간과 결과물 품질까지 함께 비교해야 한다.

 

매장 직원이 상품 정책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쓰고, 홍보 자료까지 만들어야 한다면 고객에게 쓸 시간은 얼마나 남을까. KT가 공개한 AI 업무 도구 활용 사례는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kt m&s 직원 약 2,000명이 사용하는 업무지원 플랫폼 ‘넥서스’로 홍보용 이미지는 30초, 발표 자료는 5분 이내에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KT가 밝힌 연간 업무시간 절감 규모는 4만 시간이다.

 

눈길을 끄는 숫자다. 하지만 회사가 실제로 얻는 이익은 시간을 줄인 다음에 결정된다. 남은 시간을 고객 응대에 쓰는지, 결과물을 고치느라 다시 소모하는지에 따라 AI 도입의 성적표는 달라진다.

 

현장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나?

 

서울신문에 따르면 KT는 2026년 10월 15일 경기 성남시 KT 판교사옥에서 열린 ‘2026 AID-X 데이’에서 그룹의 AI 업무 적용 성과를 공개했다. 핵심은 AI 모델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직원이 매일 처리하는 업무의 변화였다.

 

kt m&s의 넥서스는 상품 정책 문의, 보고서 작성 요청, 홍보 자료 제작 등을 지원한다. 반복적으로 정보를 찾고 문서의 틀을 잡는 일을 AI가 돕는 방식이다. 매장 입장에서는 자료를 준비하는 부담을 줄이고 고객 응대에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실제 고객 응대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이번 보도에 제시되지 않았다.

 

개발 영역에서도 시간 단축 사례가 나왔다. KT와 KT DS가 공동 개발한 프로그램 개발 지원 도구 ‘kode’를 활용한 시범 사업에서는 한 달가량 걸리던 개발을 테스트까지 포함해 사흘 만에 마쳤다고 밝혔다.

 

KT DS의 ‘메티스.AI’도 적용됐다. 메티스.AI는 업무를 수행하는 AI 프로그램인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적용 사례에서 상품 테스트 시간은 15분에서 3분으로, 문서 작성 시간은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AI의 쓰임새가 문장을 대신 작성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과 검증 과정으로 넓어지고 있다. 기업이 따져야 할 질문도 “어떤 AI가 더 똑똑한가”에서 “우리 업무의 어느 단계를 줄일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시간을 줄이면 회사 생산성도 바로 높아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개인이 문서를 빨리 작성해도 결재가 밀리거나, 잘못된 내용을 고치는 시간이 늘어나면 조직 전체의 처리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작업 속도와 사업 성과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가 소개한 대한상공회의소의 2026년 2월 4일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은 근로자 개인의 근무시간을 평균 약 17.6%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생성형 AI는 요청에 따라 글이나 이미지 같은 결과물을 만드는 AI를 뜻한다.

 

그러나 단순히 AI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유의미한 생산성 향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효과는 문서 작성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두드러졌지만, 아이디어 개발과 데이터 분석 등에서는 제한적이었다. AI에 원하는 작업과 조건을 전달하는 ‘프롬프트’ 작성 역량과 결합될 때 명확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현실적이다. 비싼 도구를 넓게 배포하는 것보다 반복되는 작업을 고르고, 필요한 자료와 결과물의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일이 먼저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업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절감된 시간의 쓰임도 정해야 한다. 고객 문의를 더 처리할지, 상품 설명의 정확도를 높일지, 밀린 업무를 해소할지 목표가 있어야 시간 단축이 경영 성과로 이어졌는지 판단할 수 있다.

 

화려한 절감 수치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KT의 공개 수치는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다른 회사가 그대로 기대할 수 있는 보편적 기준은 아니다.

 

서울신문 보도에는 넥서스의 연간 4만 시간 절감에 대한 산정 방법과 비교 기준, 직원 1인당 절감량이 제시되지 않았다. 독립 검증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 kode 역시 시범 사업 사례로, 개발 대상과 참여 인원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사흘이라는 결과만으로 모든 개발 업무에서 비슷한 단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성과를 평가할 때는 AI가 초안을 만드는 시간뿐 아니라 사람이 검토하고 수정하는 시간도 포함해야 한다. 테스트가 빨라졌다면 오류를 제대로 찾아냈는지, 문서 작성이 빨라졌다면 정확성과 완성도가 유지됐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직원들이 느끼는 변화도 같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연구는 초기 경력자에게는 대체 압력이, 중·고령자에게는 업무 보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이를 실제 고용 감소가 확인됐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지만, 도입 과정에서 직무와 경력에 따른 부담을 살펴야 한다는 신호로는 읽을 수 있다.

 

회사는 절감 시간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활용 방법과 검토 기준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직원에게 AI는 일을 돕는 도구인 동시에 평가와 역할을 바꿀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KT는 왜 내부 활용을 산업 현장으로 넓히려 할까?

 

KT는 그룹 내부에서 검증한 활용 방식을 조직 전체와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고, 기업 고객 대상 플랫폼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부 업무 개선 경험을 외부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옥경화 KT IT부문장(부사장)은 행사에서 “현장에서 검증된 AX 사례와 노하우를 조직 전체로 확산해 AX 혁신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AX는 AI를 활용해 업무와 조직 운영 방식을 바꾸는 전환을 뜻한다.

 

다만 현재 성과와 향후 계획은 구분해야 한다. KT가 밝힌 휴머노이드, 즉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로봇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시점은 2027년부터다. 타타대우와 추진하는 차량 정비 분야 상용화도 2026년 11월부터의 계획이다. 제조사의 보증 비용을 약 20% 줄이겠다는 수치 역시 달성 실적이 아니라 목표다.

 

기업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계획의 크기보다 자기 현장에서의 재현 가능성이다. 도입과 운영에 드는 비용, 실제 업무와의 연결, 결과물 검토 부담을 따져야 내부 성공 사례가 외부에서도 통할지 가늠할 수 있다.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것

 

1. 반복 업무부터 골라 시험한다. 개인은 자주 쓰는 보고서나 문의 답변을, 중소기업은 작업 범위와 소요 시간을 확인하기 쉬운 업무를 선택한다. 전면 도입보다 작은 시범 적용이 비교와 수정에 유리하다.

 

2. 작성 시간과 검토 시간을 함께 기록한다. AI 사용 전후의 총 소요 시간, 오류 수정, 결과물 품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다. AI에 요청할 때는 목적과 필요한 자료, 원하는 결과 형식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3. 절감된 시간의 다음 용도를 정한다. 고객 응대, 품질 점검, 새로운 업무 가운데 어디에 시간을 재배치할지 정하고 실제 변화를 확인한다. 직원의 활용 어려움과 부담도 함께 살핀다.

 

우리 회사는 줄어든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KT 사례의 의미는 모든 회사가 같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AI를 추상적인 미래 기술이 아니라 매장 문의, 문서 작성, 개발과 테스트라는 구체적인 업무 단위로 바라보게 했다는데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이 빨라진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더 좋아져야 할까. 시간 절약은 출발점이고, 그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것이 생산성이다. 오늘 반복 업무 하나를 골라 적용 전후를 기록해 보자. 도입 여부보다 중요한 판단은 그 기록에서 시작된다.
 

작성 2026.10.18 22:52 수정 2026.10.1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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