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2030년까지 미국 경제 규모를 약 50% 키울 수 있을까.
앤스로픽 공동창업자이자 공익 책임자인 잭 클라크가 제시한 전망은 파격적이다. 다만 핵심은 숫자보다 조건에 있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과학적 발견이 새로운 산업과 발명으로 이어져야 가능한 회사 내부 모델의 시나리오다.
CNBC의 2026년 10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클라크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 연차총회 관련 행사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현재 30조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2030년 44조 달러로 확대될 가능성을 소개했다. 동시에 정책당국의 대응 시간이 줄고 있으며, 일자리 변화와 생물학·사이버 악용 위험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경고했다.
44조 달러의 전제는 ‘AI 도입’ 아닌 새로운 발견
클라크는 내부 모델이 제시한 경제 규모가 “매우 터무니없게 들린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이런 시나리오를 제시한 배경에는 AI가 연구자의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CNBC에 따르면 그는 AI가 신약 개발을 돕고 수학·공학·생물학의 문제 해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과학적 성과가 새로운 발명과 산업으로 연결돼야 큰 폭의 경제 확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따라서 44조 달러를 AI 도입만으로 보장되는 성장 규모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는 독립적으로 검증된 예측이나 확정된 경제 전망이 아니다.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연구 성과의 산업화가 맞물린다는 조건부 전망이다.
경제적 관건도 여기에 있다. 연구 현장에서 성과가 나오더라도 기업의 생산과 서비스, 실제 수요로 이어져야 경제 전체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모델이 제시한 가능성과 현실의 성장 사이에는 검증해야 할 과정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일자리 40%에 영향…‘모두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성장 기대가 커질수록 누가 혜택을 얻고 누가 전환 비용을 부담하는지도 중요해진다.
로이터의 2026년 10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IMF 연구를 인용해 AI가 장기적으로 전 세계 일자리의 약 40%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업무를 보완하는 효과뿐 아니라 직무 수준 저하와 일자리 소멸 가능성도 포함된다.
이 수치는 전 세계 일자리의 40%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역량을 높이는 직무와 역할이 축소되거나 없어지는 직무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개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소득 개선이 자동으로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안전 문제 역시 성장 논의와 분리하기 어렵다. CNBC에 따르면 클라크는 AI의 과학적 활용이 생물학·사이버 분야의 악용 가능성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생물학 연구에서는 엄격한 인간 감독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역량을 키우는 기술이 악용 역량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장치는 성장 이후의 과제가 아니라 성장 과정의 조건으로 다뤄야 한다. 정책당국의 대응 시간이 줄고 있다는 클라크의 경고가 무게를 갖는 이유다.

한국의 과제, 노동력 부족 보완과 접근 격차 해소
한국에는 AI의 생산성 효과가 고령화 대응과 맞물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로이터가 2026년 10월 12일 전한 IMF의 아시아 경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중국·일본의 근로연령 인구는 현재부터 2050년까지 약 2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IMF는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노동력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보도에서 IMF는 AI 생산성 향상이 아시아 선진경제의 성장률을 0.5~1%포인트 높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지역 내 AI 도입이 고르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며, 그렇지 않으면 기존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의 AI 성과를 단순한 도입률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동력이 부족한 현장에서 업무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생산성을 높였는지, 활용 여력이 작은 사업장에도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그룹 총재의 시각도 이와 맞닿아 있다. 세계은행그룹이 2026년 10월 16일 공개한 연차총회 연설에서 방가 총재는 대규모 연산에 의존하는 AI 외에도 농민·교사·보건인력·소상공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저렴한 ‘소형 AI’가 생산성과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강력한 AI를 개발하는 일과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AI를 확산하는 일은 별개의 과제다. 성장의 폭만큼 성과가 퍼지는 범위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큰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실현 조건
클라크의 전망은 AI의 잠재력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러나 기업과 정책당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44조 달러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성립하는 조건이다.
기업은 AI 투자가 연구개발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안전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은 직무별 변화를 살피고 재교육·직업 전환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IMF의 세계 일자리 영향 추정치를 한국의 일자리 감소 규모로 곧바로 해석하지 않는 신중함도 필요하다.
생산성 기대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경제와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연차총회에서 함께 다뤄졌다. 낙관적 시나리오를 확정된 미래로 받아들이기보다, 성과를 검증하며 투자와 제도를 조정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AI가 키운 경제, 누구의 기회가 될 것인가
AI가 경제를 크게 키운다면 그 성과는 연구실과 일부 기업을 넘어 노동자와 소상공인, 일손이 부족한 현장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기술의 가치는 거대한 전망치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얼마나 나아지게 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기업과 정책당국은 지금부터 생산성 성과를 검증하고,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며, 인간 감독과 접근성 확대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미래의 성장은 예측하는 것만으로 오지 않는다. 그 성장을 안전하고 넓게 나누기 위한 준비부터 시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