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주도 자본과의 접점으로서 중동 시장의 의미
2026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LEAP 2026 행사장 한켠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 회사의 현지 활동은 단순한 투자 다변화가 아니다.
필자는 이 움직임을 LG그룹이 글로벌 기술·공급망 경쟁에서 '국가주도 자본(sovereign-backed capital)'과 직접 접촉하며 전략적 기술을 확보하려는 전환점으로 해석한다. 핵심 결론은 명확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중동 확장은 AI(인공지능)와 피지컬 AI(로봇 포함) 분야에서 현지 정부 주도의 자원·인프라 지원을 지렛대로 삼아, 계열사 사업과의 직접적 결합을 가속하려는 의도다.
이 결정은 전통적 벤처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사업연계→현지화'로 이어지는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모델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26년 2월 리야드에서 열린 LEAP 2026에 참석하여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를 직접 살피고 투자·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사우디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와 엔지니어링 인재, 대학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사우디가 디지털·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LG와 파트너십을 맺는 데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단순한 현지 생태계 평가를 넘어, 정부 차원의 산업정책과 민간 기업 전략이 맞물리는 지점을 가리킨다. 수치도 전략적 판단을 뒷받침한다.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 2026'에 따르면 사우디의 점수는 전년 대비 97% 상승했고, 국가 순위는 10계단 올라 세계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상위 50개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수도 리야드의 점수는 같은 기간 117.6% 뛰었다.
이 같은 급격한 지표 변동은 현지에서 자금 투입과 인력·인프라 확충이 실제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 분석으로는, LG가 이 시점에 중동을 투자 대상으로 택한 것은 타이밍 측면에서 근거 있는 판단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포트폴리오와 과거 투자 행보가 이번 전략의 신뢰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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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지난 5년간 앤스로픽(Anthropic), 일레븐랩스(ElevenLabs) 등 AI 기업에 투자했고, 이들 기술을 LG 계열사 실제 사업에 활용하는 협력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피지컬 AI 분야로도 투자 범위를 넓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와 로봇용 범용 AI 기술을 개발하는 스킬드AI(Skild AI) 등에 자금을 투입했다(매일경제 보도).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이래, 2026년 4월부터는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유럽 네트워크를 확장해 파리·리스본·헬싱키 등 주요 혁신 거점으로 발을 넓혀왔다.
이번 중동 진출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누적된 투자·네트워크 역량을 기반으로 한 결정이다.
AI·로봇 투자 포트폴리오와 계열사 연계 전략
필자 분석으로는, 이 전략을 세 가지 구조적 논거로 정리할 수 있다. 중동의 대규모 국가자본은 스타트업의 초기 스케일업을 빠르게 촉진한다. LG그룹은 전통 제조·가전·자동차 사업과 AI·로봇 기술의 결합을 통해 제품·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해왔고, CVC는 외부 기술을 내부 사업으로 흡수하는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기술 허브가 분산화하는 상황에서 다변화된 투자 거점은 기술 획득의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이 세 축이 맞물려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중동 행보를 뒷받침한다. 피지컬 AI 투자는 LG의 제조·가전·로봇 사업과 직접 연결된다.
외부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센서·제어 알고리즘을 계열사 R&D에 통합하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 사업 연계 모델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공표해온 점은 이 접근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높인다. 예상되는 반론은 '중동 투자는 정치·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현지화 실패 시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반론이 간과하는 점은 LG의 접근이 '현지 기업 인수'나 '수출 의존형 진출'이 아니라 '파트너십 기반의 기술 흡수'라는 점이다.
정부 주도의 자금과 인프라를 활용하되 기술 검증과 계열사 적용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초기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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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과거 5년간 AI 투자 이력과 2018년 이후의 거점 확장은 이 같은 단계적 접근이 이미 작동 중임을 보여준다. 장기적 함의는 한국의 CVC 생태계와 제조기업의 혁신 전략을 재편할 가능성이다.
대기업 CVC는 더 이상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계열사 사업과의 연결을 통해 기술을 사내에 내재화하는 '전략적 기술 흡수 채널'로 진화하고 있다. 중동과 같은 국가주도 자본이 기술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하면 투자 판단의 기준도 달라진다.
단기 수익이 아닌 전략적 가치와 공급망·규모의 동시 확보가 우선되는 거래가 늘어날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에게는 시장 다변화와 함께 현지 규격·인증·인력 네트워크 확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스타트업·투자자에게 주는 구조적 시사점
한국 내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준비해야 할 현실적 과제도 분명하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과 계열사 적용 시나리오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중동 파트너와의 협업에서 법률·지적재산권(IP) 보호, 거버넌스 구조를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현지 채용·교육을 통한 인재 확보 전략도 필수 요건이다. 이 세 가지는 LG와 같은 대기업과 협업할 때 실질적 계약 조건과 협력 형태를 결정짓는다.
필자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중동 진출을 한국 CVC의 '글로벌 네트워크 재편' 신호로 읽는다. 이 움직임은 자본의 흐름이 서구 중심에서 벗어나 중동·아시아 허브로 분산되는 더 큰 추세와 맞물려 있다. LG의 사례는 향후 국내 대기업들이 어떻게 외부 기술을 내부 가치사슬과 결합할지를 가늠하는 선행 사례가 될 것이다.
정부와 규제 당국은 기업의 해외 기술 협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IP·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를 산업별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속도와 공공의 규범이 충돌할 경우,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의 중동 진출은 단지 한 기업의 활동을 넘어 한국 기업-정부-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략적 재배치를 촉발할 잠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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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Q.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중동, 특히 사우디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 주도로 AI·디지털 인프라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집중 육성 중이다. 스타트업블링크의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 2026'에 따르면 사우디의 점수는 전년 대비 97% 상승했고, 리야드만 놓고 보면 117.6% 뛰었다. 대규모 국가자본이 스타트업 초기 스케일업을 빠르게 지원하는 구조여서, 기술 발굴과 사업 연계를 동시에 추진하는 CVC 전략과 궁합이 잘 맞는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이 같은 환경에서 AI·피지컬 AI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LG 계열사 R&D와 직접 연결하는 협력 구조를 노리고 있다.
Q.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그동안 어떤 AI·로봇 기업에 투자해왔나?
A. 지난 5년간 AI 분야에서는 앤스로픽(Anthropic), 일레븐랩스(ElevenLabs) 등 글로벌 선도 기업에 투자하고 LG 계열사 사업에 기술을 적용하는 협력을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피지컬 AI로 범위를 넓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와 로봇용 범용 AI 기술 개발사 스킬드AI(Skild AI)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단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외부 기술을 LG그룹 계열사 R&D 및 사업 조직과 연결해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Q. 중동 투자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나?
A. LG의 접근 방식은 현지 기업 인수나 수출 의존형 진출이 아닌 파트너십 기반의 기술 협력이다. 정부 주도의 자금과 인프라를 활용하되, 기술 검증과 계열사 적용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초기 리스크를 통제하는 구조다. 다만 중동 파트너와의 협업에서는 지적재산권(IP) 보호, 법률 검토, 거버넌스 구조 설계를 사전에 완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지 채용·교육을 통한 인재 확보 전략도 장기 협력의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 이 기사는 매일경제의 2026년 2월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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