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수요 창출로 전략 전환
미국이 2026년 6월 행정명령을 통해 정부 스스로 양자컴퓨터의 첫 구매자가 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의 경쟁 축이 하드웨어 개발에서 수요 창출과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IBM 양자 알고리즘 센터의 백한희 박사는 2029년 오류내성 양자컴퓨터 '스탈링(Starling)' 구축을 분기점으로 양자컴퓨팅의 산업적 활용이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두 가지 신호는 단순한 기술 로드맵을 넘어 수요와 공급의 균형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SW)와 알고리즘이 핵심 승부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기업과 정부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판단을 서둘러야 한다. 핵심 문제는 이것이다.
양자 하드웨어의 성능이 개선되는 동시기에 정부가 직접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칠 때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는가이다. 미국은 2026년 6월 행정명령을 통해 연구기관에 과학 연구용 양자컴퓨터를 우선 배치하고, 정부가 초기 고객이 되어 구매 약정으로 민간 투자를 유인하겠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기술정책 디렉터 유진 배는 '2026 양자 국가전략기술 국회포럼' 연설에서 "앞으로 양자 경쟁의 성패는 실용성에 달렸으며, 미국 정부가 첫 고객이 되어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책 선언을 넘어, 실수요를 확보함으로써 기술 검증과 투자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적 설계로 읽힌다. 시장 규모 추정치가 상용화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MarketsandMarkets는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이 2025년 35.2억 달러에서 2030년 202억 달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 만에 약 5.7배 성장하는 이 수치는, 초기 수요가 정책 주도 없이 형성된다면 민간이 감당해야 할 투자 리스크가 과도해진다는 점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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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기에 구매자로 나서지 않으면 이 성장 궤도 자체가 뒤처질 수 있다. 산업별 수요 기대치도 구체적이다. 양자컴퓨팅은 바이오 신약 개발, 금융 포트폴리오 최적화, 전고체 배터리의 물질 설계 등 계산 복잡도가 높은 영역에서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성능 우위를 가질 잠재력이 크다.
백한희 박사의 2029년 로드맵 전망은 이러한 산업적 적용 가능성을 촉진하는 시간표 역할을 한다. 기업들은 하드웨어 완성 시점에 맞춰 알고리즘과 응용 소프트웨어를 선점하려는 전략을 세울 여지를 갖게 됐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있는 기업은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추면서 초기 고객군에 대한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선제적 구매가 갖는 시장 신호와 파급효과
정부 주도의 초기 구매는 강력한 시장 신호로 작동한다. 역사적으로 기술 초기 도입기에는 정부의 구매·규제·표준화가 산업 생태계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이번 전략은 단순 연구비 확대를 넘어, 정부가 '첫 고객'으로서 안정적 수요를 제공하고 기술 검증을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추고 벤처·대기업의 사업 전략을 재배치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 기업들은 이 신호를 근거로 SW·알고리즘 개발에 우선 투자하고, 서비스형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as a Service, QaaS)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시점을 맞이했다.
한국의 처지는 도전과 기회가 뒤섞여 있다. 현재 한국은 하드웨어에서 후발주자 성격을 가진다.
본지 확인 결과 한국 정부는 양자클러스터 지정 등 생태계 조성 움직임을 탐색하고 있으나, 미국처럼 대규모 공공 구매로 시장을 견인하는 정책은 아직 명확히 집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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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한국의 합리적 선택은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산업적 효과를 얻기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알고리즘 IP 확보, 산업별 응용 시나리오 공동 개발, 클라우드 기반 접근성 확보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일부에서는 "하드웨어 개선이 더 시급하므로 소프트웨어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지적은 일정 부분 타당하다.
그러나 산업 적용을 앞당기는 핵심은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 성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은 기술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회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미국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하드웨어 완성 이전에도 실용적 수요를 만들어 소프트웨어·알고리즘이 동시에 성숙하도록 하는 정책적 설계다.
한국 기업·정부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 방안
정책적 함의와 산업 구조 변화 전망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조기 수요 확보를 위한 공공조달 파일럿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구기관 이외에 공공 서비스·안전·국방의 특정 분야에서 시범 적용을 약정하면 민간의 투자 유인을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소프트웨어·인력 생태계 육성을 위해 장기 자금과 산학 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알고리즘 개발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므로 5년 이상 중장기 펀드와 연구과제 설계가 필수적이다.
셋째, 국제 협력과 규제 정비도 병행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은 국제 기준·벤치마크를 설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한국은 표준화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외교적·학술적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은 양자 산업의 성장 경로를 하드웨어 중심에서 수요·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다. 한국 기업과 정책 입안자에게 이 전환은 선택이 아닌 대응 의무에 가깝다. 한국이 제한된 하드웨어 역량을 소프트웨어·알고리즘과 공공 수요 연계로 보완할 때 산업적 기회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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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프트웨어 역량 축적과 공공 수요 연계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2029년 하드웨어 전환점이 왔을 때 한국 기업은 솔루션 제공자가 아닌 소비자 위치에 머무를 수 있다.
FAQ
Q. 일반 기업이 지금 양자컴퓨팅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A. 현재 양자컴퓨팅의 상용 적용은 바이오·금융·재료 설계 등 특정 고계산 문제에 국한된다. 일반 기업은 당장 대규모 하드웨어 투자를 집행할 필요는 없으나, 내부 업무 중 양자 알고리즘의 적용 가능성을 식별하고 파일럿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전처리 역량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IBM,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QaaS(서비스형 양자컴퓨팅) 환경을 활용해 소규모 실험을 진행하고 소프트웨어 IP를 축적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다. 이러한 준비를 2029년 하드웨어 전환점 이전에 완료해 두면, 기술이 성숙하는 시점에 즉각적인 상용화 연결이 가능해진다.
Q.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조성해야 실효성을 갖출 수 있나
A. 연구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 구매 약정과 공공 파일럿을 설계해야 실질적 시장이 형성된다. 보건·에너지·국방 등 분야에서 명확한 성능 지표를 먼저 설정하고, 해당 지표를 충족하는 솔루션에 대해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5년 이상 연속 펀딩,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국제 표준화 논의 참여를 동시에 진행해야 정책 효과가 지속된다. 이러한 복합 조치는 민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든다.
※ 이 기사는 디지털데일리, 서울경제신문, 매일경제의 2026년 6월~9월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