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칼럼] 기업회생은 실패가 아니라 재도전을 위한 경영전략이다

기업회생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다

가장 위험한 것은 부채가 아니라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회생기업에게 M&A는 새로운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

[중소기업연합뉴스] 윤병운 칼럼니스트 =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누구나 위기를 만날 수 있다. 매출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부담, 거래처 부도, 과도한 차입, 투자 실패, 경영권 분쟁 등 기업을 흔드는 요인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느냐이다.

 

나는 기업구조조정과 기업회생, 그리고 M&A 현장에서 수많은 기업을 만나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확인해 왔다. 기업회생은 기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경영전략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기업회생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망한 기업’, ‘부실기업’, ‘퇴출될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회생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기업회생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다. 법적으로 기업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사업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조정하고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다. 즉, 청산보다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사업을 유지하면서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기업회생의 기본적인 방향이다.

 

서울회생법원 역시 기업의 성공적인 회생을 위해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ARS를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pre-ARS와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방식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는 기업구조조정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법원 회생’에서 벗어나 보다 빠르고 유연한 구조조정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영자가 회생절차를 고민한다는 것은 기업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일 수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부채가 아니라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이다. 기업 위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부채 규모만이 아니다. 더 위험한 것은 회생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많은 경영자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먼저 개인 자산을 투입하고, 금융기관 대출을 추가로 받고, 거래처 결제를 연기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한다. 

 

물론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데 필요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사업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면 단순히 돈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추가 차입으로 부채만 늘어나고 핵심자산이 담보로 묶이면서 향후 구조조정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 내가 기업회생 상담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회생을 결정하는 기준은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가가 아니라, 아직 회생할 가치가 남아 있는가이다.” 기업의 매출과 영업망, 기술력, 브랜드, 특허, 고객, 인력, 생산시설, 거래처 등은 부채가 많다고 해서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무형·유형의 자산을 활용해 다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여부다..

 

기업회생의 핵심은 ‘부채탕감’이 아니라 ‘기업가치 회복’이다. 기업회생을 단순히 채무를 줄이는 과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기업회생의 핵심은 기업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부채를 조정했다고 해서 기업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회생 이후에도 적자가 계속된다면 결국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따라서 회생기업은 채무조정과 동시에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조직과 인력을 재편하고, 비핵심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다시 만드는 것이다.

 

나는 기업회생 컨설팅을 할 때 법률적인 회생절차만 바라보지 않는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현금흐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시장의 변화, 고객구조, 원가구조, 경영진의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기업회생은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기업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한국M&A컨설팅협회 사무총장

 

회생기업에게 M&A는 새로운 성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내가 기업회생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M&A 전문가로 활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회생과 M&A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회생기업이 자체적인 자금과 경영역량만으로 정상화하기 어려운 경우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제3자 인수를 통해 새로운 자본과 경영능력을 결합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도 회생기업의 인가 전·인가 후 M&A와 주요 자산 매각 과정에서 매각절차,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매각계약 등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M&A는 회생기업의 ‘매각’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과 자금력은 있지만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면, 양자의 결합은 서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회생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방어전략이라면, M&A는 회생 이후 성장을 위한 공격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자는 ‘언제 회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회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는 시점이다.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무조건 회생절차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끝까지 버티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회생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전에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자금수지 악화, 금융기관의 차입금 회수 압박, 주요 거래처의 결제조건 악화, 임금 및 세금 체납, 지속적인 영업손실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자금 부족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 위기인지 진단해야 한다.

 

서울회생법원 역시 기업의 조기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모든 문제가 악화된 뒤에야 회생을 신청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조기에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기업회생의 최종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재도전’이다. 기업회생이 성공했다는 것은 단순히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정한 성공은 회생절차 이후 기업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기업의 재도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 기업이 위기를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업의 모든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를 경험한 기업은 과거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분석하고 사업구조를 개선하면서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무엇을 바꿀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기업회생은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에도 기업의 재도전이 필요하다. 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기업 하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근로자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협력업체의 매출이 감소하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회생 가능한 기업이 다시 살아나면 고용이 유지되고 거래처가 보호되며 지역경제가 회복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회생은 단순히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다. 경제적 가치를 보존하고 고용과 산업 생태계를 지키는 경제정책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기업정책도 ‘창업→성장→위기→퇴출’이라는 단선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창업→성장→위기→회생→재도전→재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회생, 이제는 실패의 낙인이 아니라 기회의 이름이어야 한다. 나는 기업회생 현장에서 경영자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회생할 수 있는 기업을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실패입니다.”

 

기업의 가치는 현재의 재무제표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과 사람, 고객과 시장, 브랜드와 노하우, 그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영자의 의지가 모두 기업가치의 일부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다면 먼저 물어야 한다. ‘얼마나 빚이 많은가’가 아니라, ‘이 기업을 다시 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다시 성장시킬 수 있는가.’

 

그 답이 ‘Yes’라면 기업회생은 실패를 인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경영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며, 기업의 두 번째 성장곡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앞으로도 기업구조조정과 기업회생, M&A 현장에서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기업은 한 번의 위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회생의 진정한 가치는 기업을 살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업회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작성 2026.09.08 14:08 수정 2026.09.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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