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가형 블록체인 설계가 한국 STO의 유동성을 제한한다
국내 토큰증권(STO) 시장이 허가형 블록체인 중심 설계로 출발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확보에 구조적 제약을 안게 됐다. 2026년 9월 6일 서울경제 보도를 종합하면, 현 정책 구조는 국내 자본시장의 초기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대신 국제 온체인 시장과의 연결 가능성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한국의 토큰증권 인프라는 증권사 등 발행 주체가 분산원장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 시스템과 연계하는 구조로 규정됐다.
예탁원은 참여자 구성, 합의 알고리즘, 전자등록정보 보존 등 가이드라인에 따라 심사와 기능 테스트를 진행한다. 2026년 9월 6일 서울경제 보도에서 확인된 이 설계는 전통적 결제·기록관리의 통제를 유지하면서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 구조가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의 개방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거래 기록을 검증하는 환경을 제공해 글로벌 온체인 유동성을 형성할 수 있다. 반면 허가형 네트워크는 참여자 범위를 제한하므로 해외 투자자 접근성이나 글로벌 트레이딩 풀(pool)로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축소된다.
이는 거래 호가 깊이와 매매 체결 속도, 가격 발견 기능의 제약으로 이어진다. 현행 설계가 투자자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구체적이다. 국내 투자자 관점에서는 토큰화 자산을 통한 해외자산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
해외 투자자가 국내 허가형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증·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거래비용과 대기시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 공급자 측면에서는 글로벌 거래소·마켓메이커와의 연동이 복잡해진다. 결제 효율화·자산 간 결합(composability) 등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구조적 이점도 온전히 구현되기 어려워 사용자가 체감하는 혜택이 줄어든다.
예탁원 연계 방식의 실무적 영향과 투자자 일상 변화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총괄은 2026년 9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방식은 기존 증권 시스템의 거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기존 데이터베이스 대신 분산원장을 장부로 활용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토큰화할 수 있는 상품이 글로벌 시장 수준으로 확대되더라도 이를 기록·관리하는 인프라가 국내 제도권 금융기관 중심의 허가형 네트워크에 머물 경우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온체인 유동성과 연결하는 데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
이 발언은 규제 설계가 현재의 청산·결제 관행을 유지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투자자 보호와 제도권 통합이라는 목적은 이해 가능하나, 기술적 개방성을 포기하면 토큰화가 지향하는 시장 확장의 핵심 동력 일부를 잃게 된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구조적 차이가 선명해진다. 토큰화된 해외 상장지수나 부동산 지분이 글로벌 퍼블릭 체인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경우, 투자자는 언제든지 세계적 유동성 풀과 연결돼 상대적으로 낮은 스프레드와 빠른 체결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한국형 허가 네트워크에 동일 자산이 기록되면 해당 네트워크 참여자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호가의 폭과 체결 빈도가 제한된다.
이 구조적 차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STO 시장의 가격결정 메커니즘과 리스크 프리미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허가형 설계를 옹호하는 논리도 존재한다.
금융당국과 예탁원은 자금세탁 방지(AML), 고객확인(KYC), 시스템적 리스크 관리,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허가형 접근을 선호할 수 있다. 제도권 안에서 중앙기관이 참여자를 관리하면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투자자 보호체계를 즉시 가동할 수 있다는 실질적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장점은 기술적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도구를 병행하지 않으면 성장의 제약으로 전환될 위험을 안고 있다.
정책 선택지와 향후 규제 개편 방향
보수적 설계는 초기 시장 안정과 신뢰 형성에 유리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초기 안정과 장기 성장은 상충 관계가 아니다.
단계적 개방을 통해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또한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검증 가능한 KYC 브리지, 다중서명·연합 합의 모델 등 기술적 해결책은 규제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연동성을 확보하는 경로를 제시한다. 규제가 완전 폐쇄를 택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정책 대안은 실무적으로 명확하다. 예탁원 연계 모델을 유지하되 국제 표준(토큰 메타데이터 표준, 자격증명 증명서 표준)과의 호환성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첫 번째 경로다. 허가형 네트워크와 퍼블릭 체인을 연결하는 '검증 가능한 오프체인 KYC 브리지'를 마련해 해외 유동성 공급자가 합법적으로 참여할 경로를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다.
광고
특정 자산군에 한해 제한적 퍼블릭 연동을 실험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규제 개편의 근거로 삼는 접근도 검토 가능하다. 세 경로 모두 규제 목적과 시장 확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현 체계는 국내 제도권 금융기관 중심의 통제를 선택해 초기 안전성을 강화하는 대신 글로벌 자본과의 연동이라는 성장 동력 일부를 포기하는 구조다. 이 설계가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장기 경쟁력을 제약하지 않으려면, 기술적 개방성과 글로벌 연동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후속 규제 개편이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
FAQ
Q. 일반 개인 투자자는 허가형 설계로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되나?
A. 개인 투자자는 유동성 감소로 인해 매매 체결이 늦어지거나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넓어지는 상황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해외 자산형 토큰에 대한 직접 접근도 허가형 네트워크 구조상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초기에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강화되어 사기·오류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복진솔 포필러스 리서치 총괄의 분석처럼 현 구조는 기존 증권 시스템의 거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아, 개인 투자자는 당분간 혁신적 유동성 혜택보다 안정성 위주의 서비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KYC 브리지 도입이나 국제 표준 호환성 의무화 등 규제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이 제약은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Q. 정부와 예탁원이 안전성을 이유로 허가형을 고수할 경우 대안은 존재하는가?
A. 대안은 분명히 존재한다. AML·KYC·시스템 리스크 관리 요건은 기술적 인터페이스와 표준 규격을 통해 허가형 네트워크 안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 표준화된 자격증명 체계와 검증 가능한 오프체인 KYC 브리지를 도입하면 해외 마켓메이커와의 연결을 허용하면서도 규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실제로 특정 자산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해 제한적 퍼블릭 연동 효과를 검증한 뒤 규제 개편 근거로 활용하는 경로도 현실적이다. 결국 정책 선택지는 완전 폐쇄와 완전 개방 사이 어딘가에 있으며, 기술과 제도의 접합점을 찾는 것이 규제 당국의 다음 과제다.
※ 이 기사는 서울경제 보도(2026년 9월 6일)를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