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군 백화노인복지관이 주최한 물물교환 플리마켓 ‘백화어울장’이 3일 복지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귀촌인과 지역주민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는 특별한 장터였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 본격적으로 장터가 시작된 뒤 불과 1시간 만에 준비된 물품 대부분이 교환될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현금으로 물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일반적인 플리마켓과 달리 ‘백화어울장’에서는 나눔의 의미를 담은 티켓을 활용했다. 물건의 가격보다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다시 사용하는 ‘물물교환’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번 행사는 2026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인 ‘귀촌화합 커뮤니티, 태안둥지에 살어리랏다’의 하나로 추진됐다. 백화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귀농귀촌 전문교육기관 좋은세상바라기(주) 최병석 대표(경영학박사)가 함께 참여해 커뮤니티 활동과 준비모임 성과발표 워크숍을 진행했다.
귀촌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만든 ‘백화어울장’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완성된 프로그램에 주민들이 단순히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귀촌사업 참여자들이 장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직접 참여했다는 데 있다.
‘귀촌화합 커뮤니티, 태안둥지에 살어리랏다’에서는 앞서 ‘텃밭정원과정’과 ‘플리마켓 플래너’ 과정이 각각 운영됐다. 이후 두 커뮤니티 활동을 하나로 통합해 ‘준비모임 성과발표 워크숍’ 과정으로 발전시켰으며, 그 결과물이 9월 3일 열린 ‘백화어울장’으로 이어졌다.
성과발표 워크숍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8월 13일 1강에서는 텃밭 만들기 성과를 공유하고 플리마켓 출품 계획과 상품 목록을 정했다. 8월 20일 2강에서는 귀촌인을 소개하는 판넬과 안내판, 사진, 상황판, 간판, 소품 등을 준비했다. 이어 8월 27일 3강에서는 플리마켓 최종 리허설과 역할별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재능기부가 가능한 영역을 구축했다.
이 같은 사전 준비를 거쳐 9월 3일 4강이 실제 ‘백화어울장’ 운영으로 진행됐다. 행사 당일에는 오전 8시부터 행사장을 준비하고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플리마켓을 운영했다. 이후 부스와 행사장을 정리하는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백화어울장은 복지관 이용회원과 지역주민 300명 여명을 대상으로 기획됐으며, 귀촌사업 참여자 30명과 참여자 가족 등 자원봉사자가 운영에 참여하도록 구성됐다. 행사장은 백화노인복지관 B1층 주차장에 마련됐다.
현금 대신 ‘나눔 티켓’…가격보다 교환의 가치
백화어울장을 일반적인 플리마켓과 구별한 핵심은 ‘티켓’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물물교환의 원리를 장터 운영에 적용했다. 참여자가 물품을 가져오면 운영진이 상태 등을 확인한 뒤 기준에 따라 티켓으로 교환하고, 참여자는 받은 티켓을 이용해 장터의 다른 물품과 교환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물품을 내놓고 그 대가로 받은 티켓을 이용해 다른 주민의 물품을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물건이 이동하는 만큼 주민 간 대화도 오갔고, 귀촌인과 기존 지역주민이 서로의 생활과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접점도 만들어졌다.

개장 1시간 만에 대부분 물품 교환…현장 호응 ‘후끈’
이날 백화어울장에 대한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오전 10시 장터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약 1시간 만에 준비된 물품 대부분이 교환될 정도로 활발한 물물교환이 이뤄졌다. 판매 수익을 높이는 것이 행사의 목적이 아니었던 만큼 이러한 현장 모습은 주민들이 ‘나눔과 순환’이라는 행사 취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장터에 나온 품목도 다양했다. 주민들이 준비한 의류와 가방, 모자, 생활잡화와 소형가전부터 직접 준비한 농산물과 식품, 작품 등이 매대를 채웠다. 텃밭 활동에서 키우고 준비한 화분도 장터의 중요한 콘텐츠가 됐다.
씨앗과 삽목 등을 통해 마련한 텃밭 화분 705개가 준비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봉선화와 한련화, 샤스타데이지, 팬지 등 씨앗으로 기른 화분을 비롯해 허브와 삼색버드나무, 스킨답서스, 수국, 병꽃나무 등 다양한 화분이 장터를 풍성하게 구성했다.
볼거리와 할거리도 마련됐다. 세계 여러 종과 휴지케이스, 서예·문인화, 색연필화 작품 등이 전시됐으며 허브스틱 만들기와 봉선화 물들이기, 포토존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텃밭에서 키운 상추 등을 활용하도록 기획한 ‘요거트 팜파티’도 행사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물건을 교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작품과 재능, 텃밭 활동의 결과까지 한 공간에서 공유하면서 백화어울장은 ‘물건·재능·경험’을 함께 나누는 주민 참여형 장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텃밭과 플리마켓의 만남…귀촌화합 커뮤니티의 결실
백화어울장의 또 다른 의미는 귀촌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교육’에서 끝내지 않고 실제 주민 활동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귀촌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만이 아니다. 기존 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이번 사업에서는 텃밭과 플리마켓이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활동을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텃밭정원과정에서 함께 식물을 키우고, 플리마켓 플래너 과정에서 장터를 기획했던 참여자들이 하나의 준비모임으로 만나 직접 결과물을 선보였다. 장터에서 교환된 물건과 화분 하나하나가 참여자들의 활동 과정과 연결됐다는 점에서 ‘백화어울장’은 단순한 하루 행사를 넘어 커뮤니티 활동의 성과발표 현장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특히 귀촌인 소개 판넬 제작과 매대 준비, 행사 리허설, 역할 분담 등 장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참여자들이 관여하도록 한 점은 공동체 형성이라는 사업 목적과도 맞닿아 있다.
행사가 끝났다고 사업이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다. 전체 커리큘럼은 9월 10일 5강 ‘플리마켓 운영 평가회’까지 이어진다. 이날 운영 결과에 대한 피드백과 개선사항을 확인하고 커뮤니티 활동 만족도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물건을 바꾸는 장터’에서 ‘사람을 잇는 장터’로
백화어울장이 남긴 가장 큰 성과는 물건의 교환보다 사람 사이의 교류에 있다. 누군가 사용하던 물건을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하고, 직접 키운 농산물과 화분을 이웃과 나누며, 자신이 가진 작품과 재능을 지역주민에게 선보이는 과정은 지역사회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작은 출발점이 됐다.
특히 행사 시작 약 1시간 만에 대부분의 물품이 교환됐다는 현장 성과는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가격표가 아닌 ‘나눔 티켓’을 매개로 물건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백화어울장은 일반적인 판매형 플리마켓과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백화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귀촌인과 지역주민이 준비하고 함께 운영한 이번 행사는 ‘함께 어울리고, 나누고, 즐기는 플리마켓’이라는 백화어울장의 취지를 현장에서 구현한 자리였다.
텃밭에서 시작된 작은 씨앗은 화분이 됐고, 플리마켓을 준비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는 하나의 장터가 됐다. 그리고 장터에 모인 물건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아갔다.
돈보다 나눔, 판매보다 교류가 중심이 된 ‘백화어울장’. 이번 행사는 귀촌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준비하고 서로의 것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지역공동체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