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은 때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구만리에서 벼와 대파를 재배하는 임윤배 농부는 지난해 자연재해가 남긴 깊은 상처를 경험했다. 이상기후와 병해충, 태풍이 잇따르며 재배하던 벼의 약 70%가 도복되는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앞둔 논은 한순간에 무너졌고 한 해 농사의 성과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농업인에게 자연은 가장 든든한 동반자인 동시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반복되는 이상기후는 농가 경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임윤배 농부 역시 예상하지 못한 피해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좌절에 머무르지 않았다. 농작물 재해보험을 통해 피해를 정리하고 남아 있는 수확량을 최대한 확보하며 다음 영농을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이후의 선택은 농업인의 몫이라고 말한다.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 또한 다음 농사를 위한 중요한 준비이며, 농업은 매년 새롭게 시작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몸소 경험했다.
임윤배 농부가 처음부터 농업을 진로로 선택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개인 사업을 준비하며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부모가 연이어 큰 수술을 받으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부모가 오랫동안 일궈 온 농장을 정리하고 농사를 이어가기 위해 고향 완주로 돌아온 것이 농업과의 본격적인 인연이 됐다.
처음에는 가족을 돕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직접 농사를 경험하면서 그는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토양과 기후, 생육 환경을 분석하고 드론을 활용한 정밀 방제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농업 역시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그는 드론 운용과 스마트농업, 시설원예, 농업경영 등 다양한 교육을 꾸준히 이수했다. 최근 수년간 참여한 교육 시간만 1,500시간이 넘는다. 단순히 생산 기술을 익히는 수준을 넘어 농업을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문 역량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
임윤배 농부는 특히 기후변화 시대에는 경험만으로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기반의 재배 관리와 시설재배, 스마트팜 기술은 생산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농업 역시 정보기술과 융합하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그는 벼와 대파를 중심으로 재배를 이어가며 품질 향상과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방제와 토양 관리, 재배 기록의 체계적인 관리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도 분명하다. 노지 중심의 생산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시설원예와 스마트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농업법인 설립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농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임윤배 농부는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일을 넘어 미래 식량과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부모 세대가 지켜온 농업의 가치 위에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더한다면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미래 산업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재해라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여전히 들녘으로 향한다. 무너진 논에서 얻은 경험은 더 나은 농업을 위한 자산이 되었고, 오늘도 완주의 들판에서는 전통과 기술이 함께하는 새로운 농업의 가능성이 차근차근 이어지고 있다.
임윤배 농부의 이야기는 단순한 귀농 성공담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농업을 첨단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자연재해라는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 농업인의 기록이다.
기후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 농업은 경험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데이터와 드론, 스마트농업 기술은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지역농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