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EU·캐나다의 규제 전환과 차이
2026년은 인공지능(AI) 거버넌스가 선택에서 의무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기록된다. 2026년 6월 미국은 행정명령 14409호 '첨단 인공지능 혁신 및 보안 촉진'을 통해 사이버 보안·핵심 인프라·첨단 AI 모델·지식재산 보호 및 민관 협력 의제를 공식화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AI 위험관리 프레임워크(AI RMF)와 생성형 AI 전용 프로필을 발표해 자발적 가이드라인에도 사실상 표준 역할을 부여했다. 두 조치의 핵심 메시지는 동일하다.
자율적 규범에서 법적·운영적 통제 장치로의 전환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한국과 직접 맞닿는 문제는 규제 전환의 파급 경로다.
2026년 8월 20일부로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심사 대상에 대주주가 포함되고, 대주주 변경 및 법령 준수 체계 변경은 변경 30일 전 사전 신고 의무가 부과된다(특정금융정보법 개정, 시행일 2026-08-20). 이는 기존 '변경 후 14일 이내' 사후 신고 방식을 전면 교체한 것이다. 심사 대상 대주주에는 최대 주주, 지분 10% 이상 보유 주주,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포함된다.
여기에 자금세탁방지 업무 인력 4명 이상, 전산 설비 국내 보유 요건, 준법감시인의 전문성 입증 의무 등 실무적 조건이 결합되며 한국 시장의 규율 수준은 단기간에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절차 강화가 아니라 사업 운영과 자본조달, 서비스 구조를 바꾸는 비용 항목의 재배열을 의미한다. 규제의 범위 확대가 첫 번째 근거다.
미국 연방 차원에서 행정명령 14409호가 사이버 보안·핵심 인프라·첨단 모델에 대한 관리를 명시한 데 이어, 주(州) 단위에서도 구체적 금지 및 책임 규정이 잇따랐다. 일리노이주의 생체정보 프라이버시법(BIPA)은 생체인식 데이터를 다루는 AI 애플리케이션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며, 2026년 1월 1일 발효된 공공법 103-0804는 AI 활용이 불법적 차별로 이어지는 고용 결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한다.
뉴욕주에서도 고위험 AI 시스템에 알고리즘 책임성을 요구하는 법안이 제안되어 투명성과 편향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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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AI법(AI Act) 체계와 병행해 고위험 분류를 통한 사전검증과 투명성 의무를 확대했다. 이들 조치의 공통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가져오는 사회적 위험을 기준으로 규제 강도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근거는 표준화의 정치경제다. NIST AI RMF 같은 표준형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기업의 위험관리 체계에 편입된다.
미국 표준이 글로벌 생태계의 계약 조건과 투자 심사 문항이 되면, 한국 기업들은 미국식 위험관리·컴플라이언스 체계에 맞춰 내부 조직을 재편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는 2026년 5월 정부 지침을 통해 에이전트 AI(Agent AI)의 책임 있는 사용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심사 기준을 제시했다.
규범의 확산은 결국 시장 접근성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세 번째 근거는 금융·가상자산 분야의 규제 연계다.
한국 금융당국은 토큰증권(STO) 관련 하위 법규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 중이며, 개정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시행(2026년 2월)에 맞춘 정비가 병행된다. 당초 2026년 7월 발표를 목표로 했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해 일정이 늦춰졌다.
세부 내용에는 조각투자 기초자산 적격 요건, 증권 신고서 공시, 장외 거래소 인가 체계, 일반 투자자 거래 한도 등이 담길 예정이다. VASP 대주주 심사 강화와 STO 규율은 기술 규제와 금융 규제가 동시에 기업의 사업모델과 자금 흐름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주주 지분 10% 이상 보유자에 대한 심사, 대주주 특수관계인 심사 등이 도입되면 자금조달 경로가 실질적으로 제한된다.
네 번째 근거는 집행의 실무적 강화다. 금융당국은 기존 서류 중심 확인에서 벗어나 현장 점검을 통해 운영 실태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전산 설비의 국내 보유 요건은 클라우드 서버의 물리적 위치까지 검증 대상에 포함시켰다. 단,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서버가 국내에 위치하면 국내 전산 설비로 인정된다. 부채비율 산정 시에는 이용자 예치금을 부채총액에서 제외하는 방식도 구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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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치들은 규제 준수 비용을 상향시키고, 인프라가 미비한 중소 사업자의 탈락 가능성을 높인다. 규제 준수에 소요되는 인력·자본·시간이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전환된다.
한국 가상자산(VASP)·STO 규제 강화의 함의
다섯 번째 근거는 국제 경쟁과 표준 경쟁의 관점이다. 미국·EU·캐나다의 규범은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한다.
미국은 안보·경쟁력 중심, EU는 인권·투명성 중심, 캐나다는 책임성·운영적 실효성에 방점을 둔다. 한국은 이들 규범 사이에서 규제 수용과 자율성 확보 사이의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자국 산업의 기술적 역량과 금융시장의 구조를 고려한 차별화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
예상되는 반론은 규제가 과도하면 혁신을 저해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이다. 이 반론은 규제의 단기 비용만을 본다.
그러나 규제가 투명성과 신뢰를 제공하면 장기적으로 자본 유입과 소비자 신뢰를 강화해 시장 성숙을 앞당길 수 있다. 특히 금융과 결합된 AI 서비스에서는 규제 미비가 금융사고와 대규모 손실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규제는 비용이지만 동시에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다른 반론은 국제 규범의 채택이 한국 기업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도 일면 사실이나, 국제 규범을 전면 거부하는 전략은 외국 투자와 파트너십 차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 앞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하나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컴플라이언스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분야에서 규제 우회형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다. 후자는 지속가능성이 낮고 결국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구조적 함의는 분명하다.
기술 규제는 이제 단순한 법·제도 문제가 아니라 기업 조직과 산업생태계의 비용구조를 재설계한다. 한국의 VASP 규제 강화와 STO 정비 움직임은 금융 규제와 기술 규제가 결합할 때 어떤 형태의 산업 재편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다.
규제 준수 능력이 곧 경쟁력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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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기업의 대응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규제 준수 역량을 갖춘 중견 플랫폼과 전문 서비스 사업자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영세 사업자는 도태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을 확보한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 접근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투자 흐름과 인재 유출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취해야 할 실무적 조치는 두 단계로 나뉜다. 단기적으로는 2026년 8월 20일 시행되는 특금법 개정과 VASP 대주주 심사 요건을 기반으로 내부 통제와 거버넌스 문서를 정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NIST AI RMF 같은 국제 표준을 참조해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STO 운용 기준과 대주주 심사 기준 사이의 정합성을 맞추는 법규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기업과 정책 입안자가 준비해야 할 구조적 변화
산업계는 재무·법무·기술의 통합적 컴플라이언스를 설계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 인력 4명 요건, 전산 설비 국내 보유 요건, 대주주 30일 사전 신고 의무, 준법감시인 전문성 입증 등은 조직 구조 자체를 바꾸도록 요구한다. 인력 충원뿐만 아니라 책임 범위와 운영 매뉴얼을 정비해야 실무 점검에서 탈락하지 않는다.
이 과정은 사업모델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기술자·창업자 관점에서는 두 가지 대응 전략이 현실적이다.
규제 친화적 설계를 제품 초기부터 포함시키는 전략과, 규제 부담이 낮은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전자는 초기 비용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접근성과 신뢰를 담보한다.
후자는 속도는 빠르지만 확장과 자본 유치에서 한계를 만난다.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분명하다. 표준 경쟁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 규범을 고집하면 무역장벽과 유사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전략적 협력을 통해 표준 형성 과정에 참여하면 한국 기업과 규제당국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6년 이후 열릴 국제 논의에서 명확한 의제와 기술 역량을 제시해야 한다.
결론은 한쪽으로 분명히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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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비용이지만, 규제 공백이 초래하는 금융사고와 신뢰 붕괴의 사회적 비용은 그보다 크다. 한국은 규제 회피가 아니라 규제 내 경쟁력 확보를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금융·기술 시장에서의 지속가능한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선택이다. ※ 이 기사는 뉴스1, 전자신문, 블로터 보도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FAQ
Q. 일반 투자자가 이번 규제 변화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A. 2026년 8월 20일부터 VASP 대주주 심사와 30일 사전 신고 의무가 시행된다. 이 변화는 자금세탁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정책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투자 대상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체계, 대주주 구조, 전산 설비의 위치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향후 투자 판단 시에는 규제 준수 역량을 핵심 리스크 항목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중소형 암호화폐 사업자는 어떤 준비를 우선해야 하는가
A. 우선 조직 내 자금세탁방지 담당 인력 확보와 전산 설비 위치를 점검해야 한다. 법령상 자금세탁방지 인력은 최소 4명을 두어야 하고, 준법감시인은 전문성을 입증해야 한다. 전산 설비가 국내에 없을 경우 클라우드 서버 위치 이전 등 기술적 조정이 필요하다. 부채비율 산정 시 이용자 예치금이 부채총액에서 제외되는 점도 재무 보고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대주주 지분구조 변동 시 30일 전 사전 신고 의무를 고려한 거버넌스 절차 정비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Q. 기업이 국제 규범(NIST·EU 규정)에 맞추는 비용은 어떻게 보상되는가
A. 초기에는 인력 채용, 시스템 구축, 인증 취득 등에서 비용이 증가한다. 그러나 NIST AI RMF 등 국제 표준에 부합하면 국제 파트너와의 계약과 수출에서 신뢰 장벽을 낮출 수 있다. 투자 심사 과정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갖춰진 기업이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받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 규범 준수 비용은 단기 비용이 아니라 장기 시장 접근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