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품은 다 끝냈는데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공사를 마쳤는데 잔금 이야기만 나오면 연락이 끊긴다. 친구에게 빌려준 돈은 차용증도 없이 몇 년이 흘렀다. 세입자가 밀린 월세를 두고 나가버렸다.
받을 돈을 받지 못한 경험은 생각보다 흔하다. 그런데 대부분은 여기서 멈춘다. 소송까지 갈 만한 금액은 아닌 것 같고, 변호사를 찾아가면 얼마가 들지 감이 오지 않고, 무엇보다 이겨도 실제로 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루는 사이 소멸시효가 지나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품대금이나 공사대금은 3년, 음식료와 숙박료는 1년이면 시효가 완성된다(민법 제163조, 제164조). 상인 간 거래는 5년(상법 제64조)이다. 자영업자의 미수금 상당수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기한을 넘긴다. 판결까지 받아둔 채권도 10년이 지나기 전에 연장 조치를 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또 하나 자주 오해하는 지점은 압류다. 채무자 재산을 압류하려면 판결문이나 지급명령 결정문, 공정증서 같은 문서가 먼저 있어야 한다. 차용증이나 계약서만으로는 바로 집행에 들어갈 수 없고, 지급명령 신청이나 민사소송을 거쳐야 한다.

임호균 변호사는 신용정보회사 근무 경험을 함께 갖고 있다. 그는 "법조치와 신용조사는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며 "내용증명, 지급명령 신청, 민사소송, 압류는 변호사의 업무이고, 신용조사와 현장 방문은 신용정보회사가 담당하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법 제34조에 따라 두 업무는 위임 관계와 비용이 각각 분리돼 진행된다.
임 변호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소액 채권에서의 실익 계산이다. 그는 "채권액이 크지 않은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면 수임료와 인지대·송달료 등 비용을 제하고 나서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럴 때는 직접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을 안내하거나, 회수 가능성 자체가 낮다면 진행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채무자에게 재산이 전혀 없거나 이미 회생·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면 절차를 밟아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먼저 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의뢰인의 손해를 줄이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이러한 초기 판단 과정을 온라인으로 정리해주는 '회수의 정석'을 공개했다. 채권 발생 원인, 증빙 자료 보유 여부, 채무자 정보, 경과 기간 등을 입력하면 해당 사건이 어떤 절차 경로에 해당하는지, 어떤 서류가 추가로 필요한지, 비용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신용조사가 필요한 사안은 신용정보회사에 별도로 위임된다.
그는 "채권회수는 결과를 미리 장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어떤 절차로 가야 하는지,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행할 실익이 있는지를 초기에 정리하는 것까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과정을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회수의 정석'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https://lawmone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