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값비싼 아파트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최고급 주거용 오피스텔 “시그니엘 레지던스(Signiel residence)”는 비싸기로 유명한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시그니엘”이라는 단어는 “서명, 간판”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 시그니처(Signature)와 롯데(LOTTE)의 상징인 'L'을 합친 이름”으로서 6성급 롯데호텔을 상징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 6성급 롯데호텔은 관리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그니엘 관리비 미쳤다”라는 제목과 함께 관리비 고지서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그 고지서에는 총 6,852,980원의 관리비가 기재돼 있었는데 이는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의 월별 실수령액(약 660만원)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는 2017년 준공된 국내 최고급 주거시설로, 123층의 건물인 롯데월드타워의 42층부터 71층까지 223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면 이곳에 입주한 부자들은 누구일까? 배우 조ㅇㅅ, 뮤지컬 배우 김ㅈㅅ, 프로야구 선수 황ㅈㄱ, 방송인 클ㄹㄹ,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ㅊㅈ와 남ㅎㅎ 등, 유명 인사들이 입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리비 고지서에는 청소비, 경비비, 유지비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일반 관리비로서, 1,123,400원이나 되었다. 공동 요금도 일반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요금을 훨씬 상회한다. 공동난방비는 330,810원, 공동전기료는 412,690원으로, 전용 84㎡ 아파트 한 채의 전체 관리비와 맞먹는 금액이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관리비가 이렇게 높은 주된 이유는 고급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인건비에 있다고 한다. 이곳은 6성급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와 객실 정돈, 세탁, 조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화재 대응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다. 또 자체 소방대와 소방차를 포함한 37명의 안전요원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컨시어지(Concierge)라는 말은 중세시대 왕족이나 귀족이 거주하던 성(城)의 초를 관리한 촛불 관리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comte des cierge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런 어원에서 보듯 컨시어지의 업무는 “호텔 투숙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요약된다. 외국의 경우 별 다섯 개의 호텔(5성급 호텔)이면 이런 만능 해결사에 가까운 특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에는 특1급 호텔에서 모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경우 초기에는 입주율이 8%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23가구가 모두 입주를 완료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인력을 늘렸고, 따라서 인건비 상승분이 관리비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관리비가 높아졌다고 한다. 또 123층이라는 초고층 설계로 인한 부대 비용도 관리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현재 매물 호가는 100억 원을 초과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인들에 의하면, 전용면적 247㎡(약75평)의 시그니엘 레지던스 매물은 현재 110억원 정도라고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천민과 상류층의 벽이 허물어지자 유대인과 천민 출신들이 상업과 금융업을 통해 큰 돈을 벌고서도 수익에 비례하는 자본주의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자기 자랑과 으스대는 과소비문화를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라 하면서 이런 천민자본주의는 수익에 비례하여 성숙하지 못한 인간성의 괴리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자본주의(資本主義)는 글자 그대로 자금(資金, 돈)을 본질로 하는 사상이다. 즉, 돈이 최고의 자랑이요, 권력이요, 신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100억짜리 집에서 변을 보든, 1억짜리 집에서 변을 보든 변을 보기는 마찬가지이고, 100억짜리 집에서 잠을 자든 1억짜리 집에서 잠을 자든 잠자기는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먹고 싸고 잠자기는 마찬가지다.
정당하게 벌어 정당하게 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같이 사는 공동체로서의 세상이다. 너무 뻐기고 으스대는 사람은 분명히 얼마 못가 곧 외톨이가 된다. 기업도 그렇다. 돈만 좇아 가다보면 매판자본(買辦資本, Comprador Capital)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역적이 되고 악덕기업이 된다. 더욱이 이런 매판자본은 반드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된다.
우리 모두 아무리 돈을 벌어도 천민자본주의자가 되지는 말자.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고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농장에서 일하하면서 입는 화려한 의상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그것은 천민자본주의 상징이 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천민자본주의자는 결코 되지 말자.
-손 영일 컬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