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FSD 배포와 규제의 간극
2026년 7월 10일, 테슬라코리아는 구형 하드웨어(HW3)를 장착한 미국산 모델3와 모델Y 차량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 v14 라이트'를 배포했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당 소프트웨어의 시험적 배포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배포 속도가 아니라 법제도의 공백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 사고가 날 경우, 현행 한국 법체계에서는 그 책임이 사실상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제조사에 데이터를 요구할 법적 수단도, 피해자가 주행기록을 확보할 절차적 권한도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핵심 문제는 명확하다. 한국의 관련 법제는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레벨2 수준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적용되는 안전조치와 사고조사 체계가 부재하다. FSD v14 라이트는 최신 HW4를 위한 소프트웨어 판단 능력을 구형 HW3의 연산 성능에 맞춰 압축한 버전이라는 점에서 복잡한 도심 주행 상황이나 돌발 상황에서 성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의 현지 검증 기간이 단 11일(2026년 6월 29일 배포)에 그쳤다는 사실과, 테슬라가 2025년 제도 개정 이후 미국에서도 영업비밀을 이유로 사고 경위를 편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은 한국 소비자가 떠안는 위험의 크기를 직시하게 한다. HW3와 HW4 간 연산 성능 차이는 단순한 기술적 호환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판단의 정확성과 반응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생사를 가르는 순간에 그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원천 자료에 따르면 FSD v14 라이트는 HW4용 소프트웨어의 일부 판단 능력을 HW3에 맞게 압축한 구조로, 복잡한 교차로 상황이나 보행자의 급출현, 비정형 도로 표지판 등 예외적 상황의 처리 성능이 정식 버전 대비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는 같은 이름의 'FSD' 기능이라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조합에 따라 실제 위험 수준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지난 7년간 자율주행자동차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들이 정비되었으나, 이들은 모두 레벨3 이상의 자동운전 차량을 전제로 설계된 규범이다. 그 결과 레벨2 기반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제조사에 상세 주행 판단 기록을 남길 의무도 부과되지 않는다.
FSD 사용 중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시스템은 법적으로 레벨2로 분류되고, 궁극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전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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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적 한계는 입법 당시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이 정도 수준의 기능을 갖추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데서 비롯된다.
미국 규제와 비교해 본 한국의 취약점
정부가 결함 조사를 시작하더라도 현재 법체계에서는 자료 제출 요구 외에 강력한 제재 수단이 없다. 개인 피해자가 제조사 보유 주행기록을 확보할 법적 경로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NHTSA(도로교통안전국)가 2021년부터 상시 명령(SGO, Standing General Order)을 통해 레벨2 주행보조 차량의 사고를 제조사가 의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보고 또는 허위 보고 시 최대 1억 3,500만 달러(약 1,900억 원)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2025년 제도 개정 이후 영업비밀을 이유로 사고 경위 자료를 편집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규제 적용을 제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한국에는 이와 동등한 수준의 의무보고·제재 체계조차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빠른 배포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기술 발전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제조사는 지역별 규제와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보다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제의 부재는 안전성의 보장과 무관하다. 미국 내 사례에서도 제조사가 영업비밀을 방패 삼아 사고 경위를 가리는 경향이 실제로 관찰되었다. 이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규제와 집행이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실적 위험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는 레벨2 수준의 주요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도 사고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제조사가 보유한 주행기록의 보존·제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개인 피해자가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절차적 권한을 법제화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이는 규제를 강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증거 접근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NHTSA의 SGO 사례처럼 의무보고와 실질적 제재를 결합한 제도 설계가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소비자 안전과 데이터 접근권의 개선 방향
이 문제는 개인의 안전권을 넘어 보험시장과 중고차 시장, 모빌리티 전반의 신뢰성에 파급된다.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굳어지면 보험료 산정 방식과 손해배상 체계가 달라지고, 제조사 제공 기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저하되어 관련 기술의 수용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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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당장 FSD 기능을 사용하기 전에 해당 기능의 법적 분류와 보험 적용 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레벨2 시스템에서 운전자 감시 의무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을 전제로 차량을 운용해야 한다. 테슬라의 FSD v14 라이트 국내 배포 사건은 기술 보급의 속도와 법제도의 준비 상태가 엇박자를 낼 때 소비자가 어떤 위험을 떠안게 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규제 공백은 행정적 흠결이 아니라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문제다. 정부와 입법부가 명확한 사고보고 의무와 데이터 접근권 보장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 한, 피해자는 기업을 상대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법정에 서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FAQ
Q. 일반 운전자는 FSD 사용 중 사고가 나면 어떤 책임을 지나?
A. 현행 한국 법체계에서 FSD는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레벨2 시스템에서는 운전자가 지속적인 감시와 제어 의무를 부담하며, 사고 발생 시 법적 해석은 운전자 과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제조사의 상세 주행기록 제출 의무가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아 피해자가 독자적으로 전자기록을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 결국 소비자는 기능의 한계와 보험 적용 범위를 차량 운용 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FSD를 사용하는 동안 언제든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사고 후 법원에서 운전자 과실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Q. 정부와 국회는 어떤 조치를 통해 소비자 보호 공백을 줄일 수 있나?
A.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레벨2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도 사고 의무보고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 NHTSA의 상시 명령(SGO) 사례처럼 의무보고와 실질적 제재를 결합하면 제조사의 자발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제조사가 보유한 주행데이터의 보존 기간과 제출 요건을 법령에 명시하고, 개인 피해자가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절차적 권한을 법제화해야 한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나 자율주행자동차법의 적용 범위를 레벨2 시스템까지 확대하는 개정 작업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분쟁 발생 시 증거 확보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