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선거운동, 이제는 지역발전 해법에 경쟁하라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6·3 지방선거와 14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막을 올렸다.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선거일 전날인 6월 2일까지 13일간이다. 전국 곳곳에서 유세차와 현수막, 공보물이 쏟아지겠지만, 정작 유권자의 마음에는 기대보다 피로감이 먼저 찾아온다는 푸념이 적지 않다.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야는 이미 서로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이번 선거를 또 한 번 “정권 심판”이냐 “야당 심판”이냐의 연장전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작은 대선’이 아니다.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치르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4년간 우리 동네 살림과 지역 발전 전략을 맡길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럼에도 이번 6·3 선거를 둘러싼 말의 향배를 보면, 지역 의제와 발전 해법은 뒷전으로 밀리고, 진영 구호와 네거티브 공방이 앞다투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자. 서울의 미래 교통체계, 청년 주거, 노후 도시재생, 교육·돌봄·복지와 같은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럼에도 선거전 초반을 달군 것은 GTX 노선 갈등, 각종 의혹 공방, 상대 후보의 과거 이력 논쟁과 같은 이슈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울시의 공간 구조와 생활 인프라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 경쟁보다는, 누가 더 “내 편”이고 누가 더 “상대 진영에 공격적인지”가 온라인과 언론을 자주 채우고 있다.

 

부산의 격전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북구·강서구, 사하구 등에서는 북항 재개발, 노후 원도심 재생, 산업구조 전환과 같은 지역의 생사가 걸린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의 일상과 직결된 교통, 주거, 일자리, 청년 유출 문제보다 “중앙정치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잘잘못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선거판을 좌우하는 듯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덕천·구포·만덕, 사하·다대·장림에서 필요한 것은 생활밀착형 정책 경쟁인데, 현수막과 마이크는 중앙정치 구호를 되풀이하는 데 더 많이 쓰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지역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평택의 경우를 보면, 삼성 반도체 평택캠퍼스 확장, 평택항 배후단지 개발, 미군기지와 연계된 도시계획 등 중장기 전략 현안이 가득하다. 이 문제는 평택 시민의 10년, 20년 후 삶과 직결된 의제다. 그럼에도 일부 선거구에서는 후보 단일화 셈법, 중앙당 공천 갈등, 여야 갈라치기 전략이 더 큰 관심을 끄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후보의 지역 공약서보다, 누가 어느 지도자와 더 가까운지, 어느 진영에 더 충성하는지가 더 자주 회자되는 모습이다.

 

물론 후보자에 대한 자질 검증은 필요하다. 과거 행적, 공직 윤리, 도덕성은 공적 책임을 맡는 사람에게 반드시 요구되어야 할 기준이다. 그러나 검증과 네거티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근거 있는 검증은 필요조건이지만, 흠집 내기와 진영 결집을 위한 네거티브는 지역발전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 사이에 사라지는 것은 결국 ‘우리 동네 의제’와 ‘지역발전 해법’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진짜 싸움은 “누가 누구를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우리 지역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누가 더 설득력 있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느냐”가 되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청년 유출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노후 주거지와 신도시의 격차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아이 돌봄과 노인 복지, 문화·체육 인프라를 어떻게 촘촘히 만들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6·3 선거운동에서 경쟁해야 할 진짜 주제다.

 

여기서 지방의 역할은 단지 “얼마나 중앙정부 예산을 가져오느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각 시·군·구마다 처한 조건과 강점, 약점이 다르다. 같은 반도체 클러스터 정책이라도 평택과 이천, 용인, 충북, 경북이 똑같은 전략을 취할 수는 없다. 어느 지역은 제조와 물류에 강점이 있고, 어느 지역은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에, 또 다른 지역은 문화·관광·서비스 산업에 강점을 가진다. 지방선거는 바로 이 지역별 비교우위를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지역전략 공모전’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은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첫째, 중앙당이 내려준 10대 공약만 되풀이하는 선거운동을 넘어야 한다. 각 후보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의 현황을 분석하고, 지역의 삶을 바꿀 수 있는 5개, 10개의 핵심 공약을 스스로 설계해 내놓아야 한다. 둘째, 그 공약이 재정적으로 가능한지, 어느 기간 안에 추진할 것인지, 어떤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셋째, 선거운동 일정의 상당 부분을 상대 비난이 아니라 공약 설명과 주민과의 토론에 할애해야 한다.

 

다음으로,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이번 6·3 지방선거 보도에서 언론이 중앙정치의 갈등과 말싸움만 크게 다루고, 지역 공약과 생활 의제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유권자에 대한 책임 방기다. 각 지역 언론은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검증하고,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을 따져 묻는 기사를 더 많이 써야 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후보자 토론회, 공약 평가, 매니페스토 운동 등을 통해 정책 경쟁의 무대를 넓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최종적인 힘은 유권자에게 있다. 유권자가 “누가 우리 편인가”만을 기준으로 투표한다면, 정치권은 네거티브와 진영 동원 전략을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누가 우리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누가 구체적인 해법을 갖고 있는가”를 묻는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정당과 후보의 선거 전략도 변할 수밖에 없다.

 

6·3 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이 또 한 번 진영의 함성과 비방전으로 채워진다면, 이번에도 패자는 지역 주민이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달라져야 한다. 후보들은 상대를 향한 공격 경쟁이 아니라, 지역발전 해법 경쟁에 나서야 한다. 유권자는 “누구를 심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투표를 해야 한다.

 

선거운동은 정치인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숙의의 시간이어야 한다. 6·3 지방선거가 진영 대결의 연장전이 아니라, 지역발전 해법이 겨루는 진짜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6.05.21 00:11 수정 2026.05.2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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