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로봇, 1㎜보다 작은 세계에서 움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로봇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25년 12월, 맨눈으로는 거의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완전 자율형 로봇이 등장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미시간대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와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PNAS)》에 관련 내용을 발표한 마이크로봇은 소금 알갱이보다도 작지만,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판단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이 작은 몸체에 어떤 장치가 탑재되어 있으며, 어떤 원리로 사고하고 이동할까?

초소형 로봇 제작이 어려운 이유

사진 1. 손가락 위, 1센트 동전에 새겨진 연도 옆에 놓인 로봇 사진에서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도‘크기’다. 연구진이 만든 자율형 마이크로봇은 가로 0.2㎜, 세로 0.34㎜, 두께 0.050㎜로 머리카락 굵기의 몇 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 기능이 유사한 기존 로봇과 비교하면 부피는 무려 1만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면서도 극도로 작은 몸체 안에 로봇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컴퓨터(프로세서)와 메모리,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와 통신 장치, 전원 공급 장치인 초소형 태양 전지가 모두 탑재되어 있다.

 

수십 년 동안 전자기기는 점점 더 작아져 왔으나 로봇공학 분야에서 1㎜ 이하의 크기인 동시에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일은 수십 년 이상 난제로 여겨졌다. 자연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무수한 미생물들이 자율적이고 지능적인 생체 시스템에 따라 활동한다. 미생물과 달리 로봇 제작에는 반도체 회로와 에너지 저장, 전력 전송 등의 기능을 물리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문제는 세포 수준의 미시 세계에서는 많은 힘이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보통의 로봇은 팔다리를 움직이며 이동할 수 있지만 1㎜보다 작은 로봇에는 표면적에 저항하는 힘이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미시 세계의 난점을 극복하려면 새로운 추진 시스템을 설계해야 했다.


로봇의 움직임과 사고법을 바꾸다

연구진은 팔다리나 날개, 꼬리 등 몸체를 흔들어 추진력을 얻는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원리를 활용했다. 바로 로봇 스스로 움직이는 대신 주변의 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로봇 다리 부분에 배치된 백금 전극에 미세 전류를 흘리면 전기장이 생성되어 주변 액체 속 이온이 미세하게 움직인다. 또 이 이온이 주위의 물 분자를 밀어내면서 로봇이 움직이게 된다.이러한 전기동력학적 추진 기술은 전기장의 세기와 방향을 조절하여 직선 이동은 물론 회전, 군집 이동 등 복잡한 패턴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전극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에 로봇의 내구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사진 2. 각 로봇에는 전력을 만드는 태양 전지(Solar Cell)가 탑재되어 있고 이 중 일부가 광수신기 역할을 한다. 온도 센서(Temp. Sensor), 정보를 입력받아 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서(Processor), 로봇의 움직임을 구동하는 4개의 액추에이터(Actuator) 패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Maya Lassiter

움직임 문제를 해결한 연구진은 초소형 뇌를 만드는 데도 도전했다. 연구진 중 미시간대의 데이비드 블라우 교수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컴퓨터를 만든 이력이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센서 칩 제작에 사용되는 표준 반도체 공정(CMOS)을 활용했다. 로봇에 공급되는 전력은 초소형 태양 전지가 생산하는 75nW(나노와트) 정도가 전부인데, 이는 일반적인 스마트워치가 사용하는 전력보다 10만 배 이상 적은 양이다.

 

CMOS 회로는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높은 집적도를 구현하기 적합하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제한된 에너지 환경에서 컴퓨터가 작동하도록 회로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여 컴퓨터의 전력 소비량을 천 배 이상 줄였다.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메모리 공간 또한 매우 작으므로 추진 제어에 필요한 여러 명령어를 단일한 특수 명령어 하나로 압축하여 로봇이 저전력 환경에서 명령을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초소형 로봇이 여는 새로운 가능성

스스로 움직이고 사고할 수 있게 된 초소형 로봇은 섭씨 0.3도 이내의 정밀도로 온도를 감지하는 전자 센서를 통해 다양한 일을 해낸다.연구진은 로봇이 측정한 온도를 숫자가 아닌 특정한 움직임 패턴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로봇이 온도 값에 맞추어 입력된 춤 동작을 수행하면 연구진이 카메라가 달린 현미경으로 이를 해독하는 식이다.

 

사진 3. 피부 조직 단면 위를 움직이는 마이크로봇의 모습. ⓒ펜실베이니아대학교, Maya Lassiter

매우 작은 크기로 공간을 탐색하고 온도를 정밀하게 보고하는 두 기능의 결합은 세포 수준의 생명과학 분야에 쓰임새가 클 것으로 보인다. 가령 생명체의 몸 안에 들어간 로봇은 체내 시스템에서 온도가 상승하는 곳으로 이동하거나 세포 활동의 지표인 온도를 보고하여 개별 세포의 건강 상태를 보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사실은 이 마이크로봇이 하나의 범용 플랫폼처럼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빛만 있으면 수 개월간 작동할 수 있고, 개당 제작 비용이 1센트(약 14원)에 불과한 로봇은 센서와 명령어를 바꾸는 것만으로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1밀리미터보다 작은 세계에 맞춰 설계된 로봇은 의학과 미세 제조뿐 아니라 아직 포착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초소형 로봇공학의 새로운 문을 열고 있다.

 

글 :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이명헌 작가


 

작성 2026.05.12 08:59 수정 2026.05.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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