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웃기는 짬뽕이다 482

신과 인간 관계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고대국가는 “신정(神政)→귀족정(貴族政)→왕정(王政)”으로 변해왔다. 인류는 선천적 본능으로부터 삶을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행불행을 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고대의 가장 큰 정치적 특징은 신(神)을 앞세운 정치였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고대의 지배계급은 그들의 통치권이 신(神)으로부터 부여되었음을 입증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神)은 절대권자였으므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 또한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고대의 제왕들은 항상 신(神)의 이름으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였다. 신(神)의 이름으로 행해진 그들의 명령 한마디는 바로 법이었고 정의였다. 이처럼 고대의 모든 권력은 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고대의 정치를 흔히들 신정정치(神性政治: Theocracy)라 하고 그런 신성정치가 행해졌던 시대를 신정시대(神政時代)라 한다.

 

<이미지: AI image. antnews 제공>

고대의 신정시대(神政時代)가 절대왕권을 보장했던 시대였음은 틀림없지만 신정시대의 절대왕권과 르네상스 이후의 절대왕권은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정시대의 최고 권력자는 신이었고, 모든 사람들은 신의 자식이었고 신하였다. 왕 역시 신의 신하요 자식이었다. 왕이건 백성이건 고대인들은 날마다 위대한 자연현상 앞에 속수무책인 자신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아야만 했고, 그 위대한 자연을 만들고 다스리는 신과 교신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신의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랬기 때문에 고대의 왕은 독립적 절대권자로서의 왕이었다기보다는 절대권자인 신(神)의 심부름꾼으로서의 왕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즉 신의 절대 권력을 대신 행사하는 대행자에 불과했다.

 

이처럼 고대의 신(神)은 자연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탄생된 신(神)이었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다르면 그들의 신(神) 또한 달랐다. 태양이 그들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곳에서는 태양이 신으로 나타났고, 산이나 바다가 그들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곳에서는 산신, 해신처럼 산이나 바다가 신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지역마다 서로 다른 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고대국가의 통합은 곧 지역적 신이나 부족적 신들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 왕국의 통합과정은 이런 사실을 잘 대변해 준다. 처음 그들은 래(Re) 또는 라(Ra)로 불리는 태양신을 받들고 있었다. 그러나 테베왕조(Theban dynasty)가 지배자로 등장하자 래(Re) 신은 테베(Thebe)의 아르몬(Armon) 신과 통합되어 아르몬-래(Armon-Re)로 합칭(合稱)되었다. 지배자들은 그들이 내세운 새로운 신의 이름을 빌려 자신을 신이 선택한 신력의 대행자로 비치게 하고, 백성들로 하여금 탐욕과 오만을 억제하고 불평불만을 자제하는 대신 사랑과 자비와 관용을 생활의 근본으로 삼도록 유도하였다.

 

이에 반해 르네상스 이후의 절대왕권은 신이 맡겨준 절대권이 아니라 백성들이 합의하여 위임한 계약적 절대 권력이었다. 그것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권력이 아니라 땅에서 성장한 권력이었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상의하달(上意下達)식 권력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하의상달(下意上達)식 권력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절대권은 위임된 권한이 잘못 사용되거나 계약적 한계를 벗어나 남용될 때는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는 절대권이었다.

 

정치권력은 또 경제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집트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은 해마다 홍수로 범람했다. 그 범람은 기름진 땅을 일구어 주는 신의 선물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일강의 범람은 열심히 키워놓은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고 경작지의 경계선을 지워버려 농민들 간에 심한 갈등과 분쟁을 야기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최선의 방법은 높은 둑을 쌓는 것이었는데 그런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이 동원되어야만 했고, 그런 인력을 강제로 동원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지배자와 막강한 권위를 가진 재판관이 요구되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여 나타난 것이 이집트의 파라오(Pharaoh)였다. 파라오는 태양신, 즉 태양의 아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토지와 인민의 소유자를 뜻한다. 그 파라오는 신권적 전제권력을 지니고 모든 인민 위에 군림하여 평상시에는 최고의 명령권자인 동시에 최고의 심판관이었고, 전시(戰時)에는 최고의 사령관이 되어 국가를 통치하였다. 이렇게 신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의 영원한 동반자요, 변함없는 최고 권위자이다. 실존하지 않으면서 실존하는 신, 그 신은 위의 기술에서 보듯 바로 인간이 스스로 만든 인간 세상에만 있는 신이다.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가 신(神)을 두고 "만들어진 신(God Delusion: 신이라는 망상)"이라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도 인간 세상에만 있는 만들어진 그 신을 하나님으로 각색하여 만물의 창조자로 떠받들고 있는 인간들은 하나님 팔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간이 만든 것을 인간이 각색하여 물건처럼 팔고 있는 인간세상, 참으로 웃기는 짬뽕이다.

 

 

-손 영일 컬럼 



작성 2026.02.02 09:15 수정 2026.02.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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