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청년이 일하고 싶은 나라, 미래가 있는 나라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리 사회에서 청년은 오랫동안 ‘가능성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가능성이 멈춰 서 있는 듯 보인다. 최근 통계청 고용지표는 심각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구직을 포기한 채 ‘쉬었음’ 상태에 머무르는 20·30대가 74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30대의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전체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18개월 연속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소실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조적 우려를 제기하는 신호이다.


산업 구조 전환과 청년 일자리의 균열


청년고용의 위기는 단지 일자리 수의 부족 때문만이 아니다. 산업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건설업 중심의 전통적 고용 기반은 축소되고, 플랫폼 산업과 디지털 서비스업이 성장하고 있으나 이들 산업의 고용은 일반적으로 불안정하며 임금 수준도 상대적으로 낮다.


안정적 근무환경을 원하는 청년에게 대기업·공공기관·일부 중견기업의 좁은 문만 존재하고, 수많은 청년은 그 앞에서 장기간 대기하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더욱이 인공지능(AI)과 자동화의 확산은 반복·관리 중심 직무를 빠르게 대체하며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라는 말은 맞지만, 문제는 그 변화 속도가 청년들의 준비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데 있다. 전환기에 필요한 사회적 완충장치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노동시장 경직성과 교육 시스템의 간극


한국 청년 일자리의 병목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경직성에서도 비롯된다. 기존 근로자의 고용은 강하게 보호되는 반면, 신규 진입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장벽을 마주한다. 재직자 중심의 노사 구조는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문을 더욱 좁히며, 기업은 불확실한 고용환경을 이유로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청년 세대는 ‘기회의 격차’를 구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교육과 고용의 간극은 더욱 심각하다. 대학 교육은 여전히 학문 중심에 머무르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 역량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AI, 데이터, 기후·환경 산업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인프라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는 고용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교육개혁과 평생학습 체계의 전면적인 재설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 ‘단기 지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로


과거 정부가 청년수당, 고용보조금, 공공형 일자리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근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일시적 지원 정책이 구조적 문제를 뿌리 뽑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청년을 ‘고용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 바라보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 기반의 청년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청년 창업·기술 스타트업 허브를 구축하고, 대학·중소기업·지자체 협력체계를 통해 지역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지 않는 한 청년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의 균형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면 고용 유연성이 필요하지만, 이는 고용 불안을 보완할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전제로 한다. 직업 전환 지원과 신속한 재취업 체계, 직무전환 교육이 결합될 때 청년은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셋째, AI·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인력 재교육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기업·대학이 협력하여 직무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표준화해야 한다. 더 이상 ‘일을 잘하는 능력’만으로는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 빠르게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 진정한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이다.


청년을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되살리는 길


청년층의 좌절은 단순한 취업 실패를 넘어 세대 간 갈등과 사회적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상실감, 구조적 박탈감은 개인의 삶뿐 아니라 결혼·출산·주거·복지 전반에 파급된다.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인구정책·복지정책·사회통합정책 전반과 직결되는 다층적 과제이다.


오늘 청년 정책은 더 이상 ‘미래 세대를 위한 시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국가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청년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회, 노력하면 기회가 열리는 사회를 만들 때 우리는 다시 혁신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박동명

▷법학박사, (주)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5.11.13 17:48 수정 2025.11.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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